1.
욕망(과 금욕)이란 내가 큰 관심을 두고있는 카테고리들 중 하나이기에
비정상적 성욕을 지닌 여자 색정광을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영화가 보고싶었다.
감독이 그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를 만든 라스 폰 트리에라는 건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인간의 욕망이란 당연스런 생물학적 본성이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될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서(바람직하게 절제되진 못할망정) 위험하게 분출될 때에
주인공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어떻게 맞설는지 궁금했다.
2.
정상/비정상의 구분짓기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비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정상의 영역에 속하기만 하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 구분짓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도 비정상적 성욕으로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파괴시키는 주인공 조를 욕하고 비난하는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1편에 이어 볼륨 2를 보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욕구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충족을 갈망했단 것만으로 그녀의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내 심정은 주인공을 비난하고 그녀를 불편하게 여기는 데에서 그녀의 기구한 삶을 안타까워하고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우리는 자라면서 사회적 금기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고, 욕구를 인내하고 세련되게 감추는 법을 익힌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저마다의 특출한 욕구를 숨겨놓기 마련이다. (특히 여자로서는 더더욱 욕구를 드러내고 충족시키는 것이 금기시된다)
선을 넘어서면 파멸이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 선을 끝내 넘어버리는 조.
그녀의 나약한 심성을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인간이기에 그녀의 선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욕망에 맞서겠다는 주임공의 다짐이
설령 명백하게 불가능한 것일이지언정
그녀를 눈물겹게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녀처럼, 나 또한 내 본능적 욕구에 무능력하게 맞서며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꽤 호불호가 갈리는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친 일부 페미니즘의 시선이 들어가있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