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better tmr's 697

220904

나는 피곤하다는 느낌을 당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어제 열두 시가 넘어 집에 들어와서 피곤해서 빵 세 개, 두유 세 개, 요거트, 초콜릿을 먹고 두시 반에 잤다. 원래는 초콜릿과 두유 정도로만 간단히 먹고 힘을 낼 생각이었는데 항상 무언가 먹기 시작하면 어떤 만족감을 얻기 전까지 계속 먹게 된다. 포만감을 얻기 위해 먹으려고 한 건 아닌데 배가 무거워질 때까지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왜 과식하는 것을 자제하기가 힘든지 그 기전을 예전에 찾아본 적이 있는데 다음과 같았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인슐린이라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호르몬 (당을 지방으로 바꿔주는) 분비가 일어나는데 인슐린이 적정량보다 과다 분비되는 경향이 있다면 뇌는 포만감이 아닌 오히려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에너지가 부..

Diary 2022.09.04

220825

아주 부산스럽고 힘에 부치는 나날들이었다. 지난 주 3일간 지리산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아빠와 동생과 24시간 붙어 있는 건 우리 모두에게, 특히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일면들 - 품격 있지 않은 행동,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 자기 고집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 을 참아내지 못하고 나는 일일히 잔소리를 하며 받아쳤다. 그렇게 서로를 자잘하게 상처내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폭식을 했다. 마침 아이허브에서 주문한 프로틴바와 쿠키들이 도착했길래 다 해치우고 숨쉬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칼로리를 계산해보니 간식만 이천 칼로리 넘게 섭취한 꼴이었다. 아빠와 더 이상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그런 데서 안도를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이런 부도덕한 감..

Diary 2022.08.25

220702

작년에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 지하에 있는 서점을 발견한 후 종종 찾아오고 있다. 책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고 매장 내 소파가 여러 개 있어서 마음껏 책을 골라 읽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가끔 집은 내가 되고 라는 책을 여기에서 재미있게 읽었고, 오늘은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두 권을 골라 구매했다. 옆에 있는 빵집으로 옮겨 와서 책을 읽는데, 감정을 글로 옮겨 적으면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부분을 보고 오랜만에 블로그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블로그에 일기를 씀으로써 감정을 정리하고 배설하고 정화가 되었던 경험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이 뿌연 안개처럼 자각..

Diary 2022.07.02

ZARD - 負けないで

https://youtu.be/NCPH9JUFESA ふとした瞬間に 視線がぶつかる 우연히 시선이 마주치네요 幸運のときめき 覺えているでしょ 행복의 두근거림 기억하고 있죠? パステルカラ-の季節に戀した 파스텔 색 계절에 사랑했던 あの日のように 輝いてる 그 날 처럼 빛나고 있는 あなたでいてね 당신인채로 있어줘요 負けないで もう少し 지지 말아요 앞으로 조금만 最後まで 走り拔けて 마지막까지 달려요 どんなに 離れてても 아무리 떨어져있더라도 心は そばにいるわ 마음은 곁에 있어요 追いかけて 遙かな夢を 쫓아가요 아득히 먼 꿈을 何が起きたって ヘッチャラな顔して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 どうにかなるサと おどけてみせるの 어떻게든 될거야 라고 웃어보이는 거에요 今宵は私と一緖に踊りましょ 오늘밤은 저와 같이 춤추어요..

Playlist 2022.05.07

220417

1 어젯밤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좋은 곳에 머무르고 좋은 것만 보러 다녔던 제주 여행이었다. 제주 동부 지역에 머무른 탓인지 2박 내내 아침 일곱 시 전에 눈을 떴다. 호텔 방에서는 아침 일곱 시면 충분히 넉넉한 햇살이 커튼 틈 사이로 쏟아졌다. 평소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방이 서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8시가 되기 전 일찍 눈을 떴다. 이틀 내내 일찍 일어나는 관성이 붙은 것도 있고 오늘이 주말 끝자락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업로드하니 아직 아침 9시였다. 망설임 없이 갤럭시탭을 챙겨 애정 하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좋은 것을 눈에 담기 위해, 좋은 공간에 머무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여행 아닌 일상에서도 수고롭지 않게 느..

Diary 2022.04.17

220415 제주

느긋하고 여유로운 제주 여행을 위해 일부러 비행기와 숙소 예약 외엔 거의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나답게 바쁘고 정신 없는 여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실제로 체끼가 있어서 자기 전에 활명수 마심... 워낙 성격이 바쁘기도 하지만 2박 3일이 워낙 짧은 시간이다보니 더 알차게 더 후회 없이 보내려고 결국 부산스럽게 움직이게 되었다. / 성산일출봉, 서귀피안베이커리 / 성산일출봉 탐방로를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서귀포안 베이커리로 향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버스 시간표에 맞춰서 이동하는 전략으로 한번도 택시를 타지 않았다. 뚜벅의 여행의 달인이 된 것 같아 뿌듯) 원래는 섭지코지를 찍으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을 보고 베이커리에서 바로 세화로 이동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가고 싶을 때 이동하..

Travel 2022.04.16

220414 제주

22.04.15. 반복적으로 살아내는 일상이 지겹고 머리가 복잡해서 2박3일로 제주도 여행을 왔다. 늘 해변을 따라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제주 중부를 관통하는 버스를 탔다. 울창한 숲 사이 가느다란 도로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제주의 숲은 야생의 느낌이다. 사람이 파헤치고 베어내기 전 원형의 숲은 이런 느낌이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어둡고 아득하게, 촘촘하고 높게 늘어선 나무들. 나무숲 사이 초원에서는 말들이 보인다. 저녁 시간 때라 그런지 아니면 비가 오는 날씨라서인지 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가만히 서있거나 땅에 얼굴을 묻고 정지한 듯 풀을 먹는다. 온순해 보이고 귀엽다. 그러고보니 제주에 와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데에는 비행기에서 들은 노래가 한몫 했던 것 같다. 비행기모드에서..

Travel 2022.04.14

집에 대한 고민

나는 공간이 삶을 바꾼다고 믿는다. 중랑천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았던 시절 여름날 캔맥주를 사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하루키 소설을 읽었던 시간, 새벽에 집 근처에 있던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라디오를 듣던 순간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이후 1호선 월계역 근처 단독주택의 2층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내가 질려버린 건 1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낡고 지친 풍경과 함께, 집 근처에 마음 둘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성동구 금호동의 낡은 주택 2층집에 아빠와 동생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집은 월계동에 살 때보다 작아졌지만 내 방 창문 앞에 감나무의 푸른 잎사귀가 보이는 나름 운치 있는 풍경을 얻었다. 십오분 정도 걸어나가면 한강 공원을 만끽할 수 있고 서울숲이나 이태원 같은 멋..

Diary 2022.03.26

그런데 저는 문화에서는 허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어찌 보면 영화가 넘쳐나는 시대다. 케이블 TV에서 줄창 영화를 틀어주고, 인터넷에도 영화 정보가 넘쳐난다. 과유불급이라고, 그래서 안 본 영화도 본 것 같고 예전만큼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가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혹시 이런 오늘날의 환경이 영화 보기에 더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다 그런 것 같아요. 사회가 권위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변해서 그래요. 그렇지만 왜 예전 같지 않나, 한탄하는 건 이해는 되지만 쓸데없는 짓이죠. 해봤자 소용없으니까. 대중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점점 고리타분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근데 똑똑해지고 있는 대중에게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영화기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

카테고리 없음 2022.03.26

그것도 분명 행복이겠죠

https://youtu.be/clLa_BYC5sk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면 그것은 분명 행복이겠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그것도 분명 행복이겠죠 밤과 아침의 틈 사이를 날아올라 건너면 이 발소리만이 거리에 울리고 망설임도 사라지죠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내게는 그리고 싶은 내일이 있어요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면 불행해진다해도 괜찮아요 돌계단에 펼쳐진 그림자 위로 이리저리 떠놀던 그 시절 어릴적 꿈은 솜사탕처럼 시들어져버렸지만 새잎이 난 벚꽃나무의 저편으로 얼굴을 들어보면 여름의 구름이 보였어 그럴 리가 없는데도 봤어요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내게는 그리고 싶은 내일이 있어요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면 혼자뿐인 방도 두렵지 않아

Playlist 2022.03.15

쌓이는 날들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대충 아무 시간에 빵이나 과자 초콜릿 같은 걸 먹눈다.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야 그래도 좀 머리가 돌아가겠지 싶어서. 눈 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켜는데 씻을 시간 없이 저녁 10시가 되곤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움직일 새도 없어서 오로지 일하며 앉기,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눕기, 이렇게 몸의 관절을 고정시킨 채 살고 있다. 회사 시스템은 말도 안되게 융통성이 없고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일은 너무나 많고 팀장님은 완벽주의자이고, 이직한지 7개월차가 되어 가는데도 적응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요새는 악몽도 꾼다. 오늘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오랜만에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

Diary 2022.03.11

220306

요새 평일에는 재택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임장을 다니느라 거의 취미 생활이랄 것 없이 살고 있다. 전시를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읽거나 힙한 카페에 가는 등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일들이 시간 낭비이고 사치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 모든 걸 '집을 산 이후'로 보류했다. 오늘도 임장을 갔다가 1호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맞은 편에 앉은 남자가 너무 잘생겨서 흘긋흘긋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탤런트 최민용을 닮은 느낌인데 얼굴이 하얗고 속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짙다. 회색 무채색 코트에 검은색 나이키 신발. 적당히 마르고 키가 큰 느낌이다. 어제 유튜브로 아이돌 실물 모음 영상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외모가 주는 힘이란 정말 큰 것 같다.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점점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 투..

Diary 2022.03.06

220216

하루 종일 방에 박혀서 재택 근무를 했다. 저녁 밥 생각이 딱히 안 날 정도로 간식을 많이 먹었고 오늘 하루 동안 오십 걸음도 안 걸은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어서 산책을 나갔다. 마스크에 습기가 찰 것을 대비해서 마스크 2개를 챙기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겨울철 산책 노하우다. 오늘은 늘 향했던 한강 공원이 아닌 응봉동 쪽 낯선 길로 쭉 걸었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15억 남짓한 오랜 복도형 아파트 단지들 사이 널찍하고 조용한 4차선 도로변을 따라 걸었다. 네이버 지도로 근처 카페를 찾아 보다가 양재에서 봤던 시크한 느낌의 카페가 응봉에 2호점을 연 것을 발견했다. 카페 밖에 도착해서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심플했지만 카페 안 의자들은 등받이가 없어서 앉아 있으려면 코어 힘이 많이 ..

Diary 2022.02.16

220215

오늘의 조금 낯선 일들 (그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 - 일년 동안 들었던 적금이 만기되어 새로운 적금을 들었다. 금리가 좀 괜찮다 싶은 적금들은 모두 월 납입 한도가 20, 30 만원 수준이라 매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찾다가 지쳐서 그냥 매달 펀드나 넣을까 생각하던 중 괜찮은 적금을 찾았다. 우리종합금융에서 내놓은 '하이적금', 'THE드림적금', 'THE좋은적금'인데 이 적금들의 장점은 금리가 높다는 것뿐 아니라, 우리종합금융에 신규 가입함으로써 손쉽게 세개 상품을 한번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세개를 모두 납입한다 치면 월 납입 한도가 130만원 정도로 아주 넉넉해진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체크카드를 월 50만원 이상 써야 한다든지 하는 다소 복잡한 조건도 있지만,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Diary 2022.02.15

220129

1. 아주 오랜만에 미술관에 왔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훑다가 마음에 드는 전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명절 미드소마를 배경으로 한 다크하고 위트 있는 매력적인 그림들이었다. 아트선재센터는 처음 방문했는데, 삼청동의 왠만한 갤러리들은 모두 무료로 전시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유료로 입장하는 곳은 잘 가지 않았던 탓이다. 1층에는 작은 서점과 의류 매장이 있고 전시는 3층까지 이어져 오천원이라는 입장권이 썩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점에 나열된 책들에서 오랜만에 읽은 무가치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좋았고, 작은 기대를 품고 간 켄트 이베뮈르의 그림들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 2. 한때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말마다 전시를 보러 다녔다. 평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

Diary 2022.01.29

2021 겨울 동해

첫째날 묵호역에서 (제설 안된 보도를 정말 힘겹게) 걸어 도착한 하평해변. 바닷가 눈 쌓인 기차길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택시비 편도 만삼천원이 아깝지 않지는 않지만 (솔직히 표현해서) 조금 덜 아까웠던 삼척 해변. 숙소에 도착한 후 저녁 먹으러 가다가 오른편에서 바다 위로 핑크빛 노을이 지는 풍경을 포착했다. 이번 동해 여행은 일출이 아닌 노을이 다했다... 저녁은 정말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예쁜 노을 바다를 보았고 힙한 눈사람을 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첫날 숙소로 묵은 게스트하우스 2인실. 혼자 쉴 수 있어 편안했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바로 바로 조식! 둘째날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에서 한섬해변까지 걸었다. 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님 동해 자체가 그런건지 아무튼 한적하고 고즈넉해서 ..

Travel 2021.12.28

211227

동해 여행을 오는 길 KTX에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었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잡다한 심리학 이론들을 사례와 함께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오래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라!고 장려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 하자!는 결정 하에 움직였다. 멀리 떨어진 가고 싶었던 카페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으나 자리가 없었고,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10분 내외 거리로는 콜이 잡히지 않아 결국 30분이 떨어진데다 시외 할증까지 붙는 삼척까지 가는 조건으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삼척 해변은 충분히 멋있었다. 다시 숙소..

Diary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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