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better tmr's 697

201107

장소(공간)가 갖는 힘은 때로는 실로 압도적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 없이 같은 위치에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들. 덕수궁 돌담길과 르풀 카페, 광화문 빌딩과 경복궁 사잇길 사거리의 풍경이라던가. 삶의 풍경이 180도 달라진 이후에도 그 곳을 지날 때면 변함 없는 분위기와 기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어떤 영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기대치 않은 위로를 주었다.

Diary 2020.11.07

몽글몽글

종종, 의식적으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 삶이 신선해지는 것 같다. 낯설고 흥미로운 골목을 천천히 산책한다든지, 선곡과 조명이 세심하게 갖춰진 카페나 와인바를 찾아간다든지 노을질 무렵 오묘한 분홍색으로 물들은 구름을 바라보는 몽실몽실한 기분처럼 + 요새는 내방에서 블루투스스피커로 멋진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힙한 기분이 되서 좋으다!

Diary 2020.10.28

201021

쉬는 날 4시 36분의 오후 선셋 롤러코스터 노래를 들으면서 집에서 만든 커피를 마시고 에세이를 읽는 시간 그야말로 호사를 누리는 기분 ˘◡˘ 장기하의 에세이집을 읽는 중인데 라면을 끓여 먹은 것에 대해 두 페이지가 넘도록 실감나는 묘사가 이어진다. 일상적인 순간도 이렇게 단어와 문장으로 낱낱이 포착하여 담아 보면 왠지 더 그럴듯하고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iary 2020.10.21

201005

-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편히 쉴 만한 카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최종 결론. - 9월말부터 서서히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밤에 창문 쪽에 머리를 두고 잤더니 + 업무가 많아 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국 2주째 감기에 걸렸고 상태가 좋지 않다. 올해 독감주사는 결국 못 맞게 되려나?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부디 내가 더 아프지 않고 무사히 겨울을 견뎌냈으면 좋겠다.

Diary 2020.10.15

201009

내가 역시 예민한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 오늘의 에피소드. 고심해서 방문한 동네 베이커리 카페에 막상 가보기 먹고 싶은 빵이 없어서 한참을 망설이다 파운드케이크 조각을 겨우 골라 앉았다. 변해버린 카페 분위기와 선택지 없는 메뉴에 스멀스멀 낭패감과 실망스런 기분이 들기 시작. 그런데 다음에는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한 죄... 이거 언제적 이홍기 노래? 그 다음에 이어지는 건 흔하고 지겨운 아이유 노래. 내 소중한 휴일을 카페가 망쳐버린 기분. 비싸고 양 적더라도 아우프글렛이나 갈 걸... 좋은 카페를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결코 아끼려하지 말지어다 ㅠㅠ!

Diary 2020.10.09

불면증

잡생각이 많아져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잠을 잘 못자니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잠자리에 들면 떠오르는 생각들 :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 내가 잘해서 인정받은 일. 뿌듯하고 우쭐했던 감정. 잘한 일은 상상 속에서 더 부풀려지고 나는 더욱 대단한 사람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한 모든 일을 온전히 인정받고야 만다. 그리고 잘못한 일도 떠오른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일. 실수한 것. 그 때의 상황.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낸 생채기가 나를 동일한 통증으로 괴롭힌다. 현실을 보정하고 왜곡하는 이런 상상들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내 잠을 방해하고 컨디션을 떨어트리고 몸과 마음을 약해지게 할 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

Diary 2020.10.09

2011007

온전히 내 감각으로 마주하는 나의 세상, 내가 온전히 점거하는 나의 시간에만 최선을 다해 산다면 흔들릴 일은 없다. 온갖 생각이 솟아나서 잠 못 이루는 날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날은 내 세상에 침투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내 마음을 거칠게 덧칠한 날이다. 다른 누군가의 마음, 내 손에서 벗어난 일, 내 것이 아닌 일, 지나가버린 시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에 얽매여 전전긍긍 할수록 내 정신만 소모될 뿐 수확할 수 있는 건 없다.

Diary 2020.10.07

200929

먹고 싶은 디저트가 있었는데,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저녁의 선선한 날씨를 좀 더 느끼고 싶었는데 하나 둘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억누르다가 결국 늦은 시간에 냉장고를 뒤지고 눈에 잡히는 것들을 꺼내 먹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의 잣대로 억누르지 말고 내 안의 욕구에 세심히 귀 기울이고 성실하게 해소하기 라는 교훈을 되새기고 내일도 내일 모레도 모두 충분하게 행복할 거라고 행복하기 위해, 온 노력을 다 할 거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기

Diary 2020.09.29

200910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내 마음이 편하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건 이 이기적인 이유이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후배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려는 욕심이 앞서서 반대로 다른 사람을 후려치는 꼴이 되버렸는데, 그 일이 나를 마음 불편하게 만든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쨌든 칭찬도 시기 적절하게, 신중하게 해야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고 게다가 이미 내뱉은 말을,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해져버린 날. 퇴근 후에 나는 다시 이 불편함을 폭식에 가까운 과식으로 해소시키려 했다. 그건 몸을 더 힘들게 해서 마음의 부대낌을 느낄 수 없게 하는 것일 뿐이다.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내일의 내가 다시 그 곳으로 출근하여 당면한 상황과 달라진 온도를..

Diary 2020.09.12

200826 / 걷는 사람

휴무일이라고 마음이 풀려서 아침에 천 칼로리 넘게 먹고 우울해지려던 찰나, 마침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에서 다음 구절을 읽고 몸을 일으켜 홈트를 하고 하루의 시작을 수습할 수 있었다. - 아침이면 침대에 누워서 하게 되는 생각들이 있다. ‘조금만 더 누워 있자. 오늘 딱 하루만이야…… 아, 그런데 나는 항상 왜 이 모양일까?’ 이런 생각들에는 언제나 지고 만다. 그럼 이 부정적인 생각들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는 정반대의 건강한 생각들을 해야 할까? 이를테면 아침 운동의 좋은 점에 대하여? ‘아침에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하루를 성실하게 시작할 수 있으니 그만 일어나자! 넌 할 수 있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지친 내 몸을 소외시키고 다그치는 이런 얘기는 피로한 나에게 먹히지 않는다. ..

Diary 2020.08.26

당고를 먹고 나서

집 근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장을 보다가 요새 떡 같은 쫄깃한 식감의 음식이 계속 먹고 싶었던 것이 떠올라 당고를 사왔다. 당고를 다 먹고, 플레인 요거트에 볶은 오트밀을 조금 섞어서 좀 더 먹었다. 그리고서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쓸모 없고 자극적인 연예 기사를 넘겨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계속해서 당고를 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달고 쫀득함. 새롭고 즐거움. 당고를 먹는 느낌과 감정이 주는 만족감과 쾌락을 뇌에서 계속해서 원하고 있는 것이다. 쾌감을 더 요구하는 내 머릿 속을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본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를 들끓는 마음이 아닌 이성적인 사고로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것. 그 것이 욕구를 이해하고 다스리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읽은 바 있음을..

Diary 2020.07.07

200629

며칠 전에 동생이 시킨 택배 박스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동생 성격상 꼼꼼하게 처리하지 않고 대충 눈에 보인 벌레만 죽이고 아무데나 버렸을 듯) 그 후로 매일 한 두마리씩 작은 바퀴벌레가 보이기 시작했다. 페스트세븐을 사서 뿌려놨더니 뒤집어 누운 채로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어제는 밤에 몸이 간지러워서 잠이 깼는데 (진드기도 창궐하는 모양) 방문 틈 근처에서 유유히 걸어가는 새끼 바퀴벌레를 또 발견했다. 결국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나서 대충 홈트를 하고 집 근처 약국에서 진드기 스프레이, 진드기 퇴치 시트, 맥스포스겔을 샀다. 맥스포스겔을 트랩 안에 짜서 5군데 정도 부엌과 거실, 택배 박스를 정리하는 바깥쪽에 놔두었는데 조금만 짰는데도 냄새가 진동을 한다. ..

Diary 2020.06.29

슬프고 씁쓸하고 담담한 하루

오후에 아빠와 잠시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 몸에서는 땀내와 뒤섞인 술과 담배에 쩔은 악취가 전해졌다. 아빠는 먼 시골에서 상경해서 돈을 벌면서 야간 학교를 다녔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사무소를 차리셨다. 한때는 여러 직원들을 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업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연이은 불운한 선택으로 인해 아빠가 모았던 자산은 손가락 틈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술술술 흩어져 버렸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아빠를 미워해왔다. 아빠는 엄마를 때렸고 심한 욕을 했고 매일 밤 술에 취해 있었다. 화장실 욕조 바닥이 담배 꽁초로 가득 채워져 있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빠 때문에 엄마는 불행했고 나와 동생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우리 집..

Diary 2020.06.25

인사 잘 하기

- 인사는 내가 상대방의 존재를 존중한다고 말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 즉 인사를 안하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함을 존중하지 않는 건방진 태도이다 - 사회생활에 있어 인사는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주는 데 의의가 있는 행동이다 상대방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기계적으로라도 꼭 인사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ง •̀_•́)ง

Diary 2020.05.15

궁금한 것

나는 가끔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나를 증명하려고 한다. 특히 심심한 날. 귀중한 주말이 무료하게 흘러갈 때. 혹은 오염되고 때묻은 하루의 남은 시간에. 뭔가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내가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을 내 시간의 값짐을 증명하려고 혹은 보상받으려고 그러는 건가 만족은 찰나일 뿐이고 지속되는 것은 후회와 자기혐오 뿐인데 ㅠㅠ - 그래서 오늘 과식한 것 :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건포도깜빠뉴, 에그타르트, 생초콜릿,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동생꺼 식량 몇가지

Diary 2020.05.09

200418

오늘 먹은 것들. 더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동생이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면서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매일 하는 루틴으로 한시간 공복 운동을 한 뒤 액상홍차를 탄 두유와 작은 크로와상을 아침으로 먹었다. 마을 버스로 1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구립 도서관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회원가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퇴근한 아빠를 만났다. 손님이 없어서 일찍 퇴근해버렸다는 아빠와 두부 가게에 들렀다. 딸이 참 예쁘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둘째딸은 더 이뻐, 라고 자랑스럽게 아빠는 대답했다. 나는 동생과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내리는 부모님에게 더 이상 나의 존재 가치를 폄하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고 이제는 거기에 심각하게 흔들리지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Diary 202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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