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기분 한 군데가 찜찜해지는 친구가 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식사를 피해서 차 마시는 자리에만 함께한다거나 (다이어트 때문으로 추정)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진심으로 응원하고 걱정하고 격려하기보다는 분위기를 맞출 수 있는 피상적인 리액션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다. 아무래도 마음이 덜 가다 보니 나 또한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적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에서 선물을 한다.
그에 대해 크게 고민하거나 마음을 다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친구와 다 똑같이 친할 수 없고, 다 같은 밀도의 우정을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얕은 관계라는 것도 있다, 라고 인정하고 크게 마음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