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50501

유연하고단단하게 2025. 5. 1. 20:31


요즘 나의 생활을 요약해보면 매우 비극적이다. 회사 일은 몹시 지루하고, 팀장님과 실장님은 나를 쉴 새 없이 쥐어짠다. 함께 일하는 팀원은 업무에 관심이 없고 시니컬하고 티를 팍팍 내며 나를 싫어한다. 인테리어를 마친 집에는 아직 필요한 가구들을 구매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짐을 쌓아 놓고 방치 중이다. 시어머님은 건강이 안 좋으셔서 큰 수술을 앞두고 있고, 남편은 나보다 더 일이 많아 새벽 출근과 주말 출근을 연이어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내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는 단비 같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미드 '실리콘밸리'이다. (쿠팡플레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주인공 리처드는 뛰어난 개발자로, 어쩌다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무손실 압축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된다. 이 기술을 토대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온갖 희노애락(주로 '노'와 '애'가 다이지만)을 담은 드라마이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 끊임 없이 등장하면서 심약한 CEO인 리처드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걸핏하면 구토하고, 밤마다 땀에 흠뻑 젖어 깨어나고, 담당 의사에 따르면 4주 동안 30살이 더 늙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그의 스타트업은 위기를 넘고 살아 남아 운영을 이어간다.

나보다 더 고통받고 더 심한 압박감으로 괴로워하는 그를 보니 어쩐지 안심이 된다.  나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이 여기 있네? 하는 마음이다. 용기 있게 창업 시장에 뛰어든 그가 겪는 일을 구경하며 때로는 대리 만족하고 때로는 위로를 얻는다. 유머 코드도 나와 아주 잘 맞는다. 요새 내 인생의 낙이자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고마운 미드 + 고마운 쿠팡플레이.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411  (0) 2025.04.11
240323  (0) 2025.03.23
3월 초 도쿄-하코네  (0) 2025.03.04
250126  (0) 2025.01.26
250101  (0)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