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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블로그

4년 전 취직한 이후로 평범한 직장인1로 살아가는 중이다. '미지의 세계'라는 웹툰을 읽은 뒤에, 사실은 나도 이렇게 마이너하면서도 비뚤어지고 자기연민적인 관심종자였음을 떠올렸다. 좋아하던 인디 음악과 영화와 소설들, 하루에 두 시간씩 듣던 라디오, 산책, 셀프 사진을 찍고 엉킨 문장을 쓰던 것. 그 모든 것을 취직하면서부터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괜찮지 않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Diary 2016.03.28

강릉여행

2월 초순의 어느 토요일 동생이랑 몸도 마음도 가볍게 훌쩍 떠난 강릉여행 첫째날, 강변버스터미널 - 강릉 남항진어촌식당 - 안목해변 카페거리 오후 2시에 강변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서 저녁 6시쯤 강릉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어두워지기 전에 바다를 보기 위해 바로 남항진 해변행 버스를 탔다. 숙소는 안목해변 근처였지만 안목해변보다는 남항진해변 쪽이 맛있는 식당이 더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해변에 도착하니 저녁 7시쯤 되었는데, 이미 어두워진 겨울바다는 너무 깜깜해서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 배도 고프고 일단은 저녁부터 먹기로 하고, 식당은 블로그 평들이 꽤 괜찮다는 남항진어촌식당으로 결정! 식당이 좁아서 자리가 날 때까지 꽤 기다려야 했다. 메뉴는 밤바다를 걷기 전에 몸을 데우기 위해 뜨..

Travel 2016.02.28

160228

1 남자친구가 사근동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금호동, 남자친구는 사근동. 한결 가까워졌다. 사근동은 골목이 좁고 경사가 심하다. 도로 양 쪽으로 오래된 빌라와 상가들이 쭉 이어져있다. 앞으로 남자친구와 함께 새로운 동네에 앞으로 차근차근 정을 붙여 나가게 될 것이다. 배달이 가능한 꽤 맛있는 백반집이나, 커피맛보다는 값이 싸고 조용한 카페 같은 장소들을 발견하면서. 2 회사생활을 하기 시작하고, 개인적으로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늘 우울해하고 있다. 그 간극을 메꾸려고 발버둥치는 일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꿈꾸는 삶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너무 큰 변화를 필요로 하는 선택지를 걸러내고 남은 것들을 위한 노력이라서 결국 물거품처럼 힘..

Diary 2016.02.28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눈물나도록 세심한, 청춘의 나날들의 한 페이지. 종이달이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원작소설도 사고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종이달 해설도 찾아듣다가 같은 감독의 이전 작품이 더 좋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보게 된 영화. 나이를 충분히 먹고 얼굴에 주름선이 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의 방황은 계속된다. 단지 방황할 기회나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뿐.

Review 2015.12.05

애교녀와 철벽녀

천성적으로 나는 애교가 많은 편이 못된다.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얘교를 부리는 사람은 내 남자친구 뿐이다. 그것도 사귄지 3년쯤 되서야, 조금씩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애교를 실천해보기 시작했었다. 대체의 경우 나는 철벽녀이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내게 악의 없이 호의를 베푸는 좋은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내심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나는 철벽을 친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웃으며 인사를 한다거나, 조금의 호의로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데에도 주저하게 된다.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 답답한 행동과 태도가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좀처럼 고쳐지질 않는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들, 누구에게든 마음을 쉽게 열고..

Diary 2015.10.01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를 한번도 재미있게 본 적이 없다. 일단 남자주인공의 찌질함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닥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그 꾸밈없는 적나라함으로 인해 그의 무례함이 넉살스럽고 은근하게 용서받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에 개봉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정재영이 술 취해서 주사부리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났다. 찌질함을 매력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부남의 추근덕거림을 소소한 일탈로 봐줄 만큼 내가 관대한 것은 아니다. 무진기행이고 나발이고 어쨌든 바람피우는 건 더러운 거다. 나한테 유부남이 추근덕거린다면 원빈이건 정재영이건 김치 싸대기를 날려줄거임.

Review 2015.09.28

150203 TAIWAN

150201 · 150202 · 150203 travel to Taiwan 태국여행의 마지막날, 첫여정은 꽃보다할배에 방송된 후 유명해진 도심 속의 절 용산사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와 정말 비슷한 분위기 이어서 시진핑 동상을 보고싶다는 남자친구를 따라 중정기념당으로 향했다. 양 옆의 건물이 국립음악원과 국립희극당. 장개석 동상과 중정기념관 건물 내부는 보수 중이라서 보지 못했다. 어쨌든 꽃보다 할배 코스를 착실하게 밟은 데 의의를. 대만에서의 마지막 식사 드디어 대만의 딘타이펑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육면과 딤섬은 한국에서의 딘타이펑 그 맛이었다 어쨌든 맛있었음! 만두쟁이 남자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렀다. 정원이 예쁜 카페에 앉아 잠시 다리에 쌓인 피로를 풀었다. 하루종일 ..

Travel 2015.07.05

150202 TAIWAN

150201 · 150202 · 150203 travel to Taiwan 둘째날, 호텔에서 캡슐커피와 펑리수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일찍 고궁박물관으로 향했다. 평일이어도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최대한 빨리 나온 건데도, 중국과 일본 단체여행객으로 이미 박물관 로비가 꽉 차있었다. 대여한 설명라디오를 들고, 드넓은 전시실을 나름 꼼꼼히 누볐다.역시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옥배추와 옥삼겹 그리고 대만여행 내내 가장 맛있었던우육면과 딤섬을 먹을 수 있었던 곳!박물관 안에 있는 '산시탕'이라는 식당 이어서미리 신청해두었던 택시투어를 통해기차마을 핑시로 향했다. 소원을 잔뜩 쓴 연도 날려보내고 기찻길을 따라 다양한 주전부리를 파는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었다.나는 단수이에서 맛보지 못한 오징어튀김을..

Travel 2015.07.05

150201 TAIWAN

150201 · 150202 · 150203 travel to Taiwan 대만하면 떠오르는 건 버블티밖에 없었던 나는 단지 항공편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대만을 여행지로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으로 떠나기를 참 잘했다. '깨끗한 중국'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대만으로의 여행 일지.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대만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 기내식사 타이페이메인스테이션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사 내에서 점심식사를 먹는 것이었다. 대만에 온 기념으로 우육면을 먹으려 했으나... 줄서서 기다려 먹은 것은 다름 아닌 일본라면이었다. 주문하고 나서야 또렷하게 들렸던 종업원의 인사말 "이랏샤이마세"... 그래도 맛은 좋았당 식사 후 먼저 짐을 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부띠끄 호텔 에끌레트에 도착 방은 ..

Travel 2015.07.05

141003

2박 4일의 홍콩 일정을 마치고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뒤에 앉은 양복 입은 아저씨 때문에 의자를 젖히지도 못하고, 옆에 앉은 동남아 청년이 계속 뒤척뒤척거리는 바람에 깊이 자지를 못했다. 자리를 옮겼다간 예민한 척한다고 팀원들이 꿍시렁거릴까봐 꾹 참고 그냥 세시간의 비행을 버텼더니 컴퓨터를 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이 어지럽다. 올해 초 스위스 출장을 다녀왔을 때는 못되쳐먹은 과장년과 공감능력 제로인 남자 상사놈들로부터 하도 갈굼을 당해서 귀국하자마자 다음날까지 꼭 인생계획을 다시 세워서 사표를 내리라 다짐했는데, 어영부영 살다보니 갈굼의 횟수도 잦아들고 다시 또 버틸만 해져서 이렇게 결국 두번째 홍콩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 홍콩은 꽉 막히는 교통, ..

Diary 201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