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아무튼, 현수동
-밤섬을 폭파했을 때 섬의 윗 부분은 거의 사라졌지만 아래 기반암은 남았다. 섬의 밑동은 그렇게 한강 수위가 내려가면 모습을 드러냈고 유량이 많아지면 수면 아래에 잠겼다. 그 주위에 토사가 쌓였다. 버드나무 씨앗이 싹을 틔웠고,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새들이 찾아왔다. 얼마 뒤에는 겨울철새가 쉬어 가는 곳이 되었다. 여름이면 섬 전체가 잠겼지만 겨울에는 그럴 걱정이 없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밤섬은 서서히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돌섬이 아닌, 띄엄띄엄 떨어진 모래섬이 되었다. 홍수에 강한 버드나무가 빽빽하고, 느릅나무, 억새, 갈풀이 덩굴을 이뤄 마치 정글 같은. 수면 위아래로 여러 종류의 나뭇가지와 푸이 드리워진 장소는 물고기들이 알을 낳기에 적합했다. 붕어, 잉어, 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