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수영을 배울 때는 허우적거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겁먹지 않고 차근차근 연습하다 보니 어느덧 킥판 없이도 편안하게 헤엄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운전도 수영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쥐고서 생각했다. 사실은 여기도 수영장이야, 나는 빠진 게 아니라 뛰어든 거야. 원치 않는 위기를 맞닥뜨린 것이 아니라, 어려울 걸 알면서도 기꺼이 도전한 거다. 이 둘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뛰어든 사람은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다. 아무리 깊은 물에 빠졌다 해도.
잘하든 못하든 매일 오가다 보니 운전 실력이 부쩍 늘어서 혼자 고속도로를 타고 다른 지역까지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죽어도 하기 싫던 운동을 내 삶에 들여놓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니까.
-
넘치는 체력 덕분인지 그는 항상 다정하고 인자했다. 내가 레인 끝에 매달려 헉헉거리고 있을 때 그는 여유롭고 다정한 말투로 옆 사람의 자세를 고쳐 주곤 했다. 새로운 회원이 오면 가장 먼저 다가가 이런저런 정보를 일러 주었고, 누군가의 수영복이 꼬여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 풀어 주었다. 스승의 날에 가장 먼저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그였다. 정말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60대에도 탄탄한 체력과 근력을 자랑하는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걸.
침대 딛고 다이빙 | 송혜교 저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동진 평론가 인터뷰 (0) | 2025.02.06 |
---|---|
아무튼, 집 (0) | 2025.01.25 |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1) | 2025.01.14 |
퍼펙트데이즈 (0) | 2025.01.12 |
아직, 도쿄 (2) | 2025.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