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집에 관한 수많은 감정은 결국 내가 사는 공간이자 내 삶의 배경인 집을 사랑하고 싶어서 생긴 마음이라는 것을. 지나온 집들의 모든 시절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집에는 내가 사랑한 한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사무용 책상에 하늘색 시트지를 붙여 만들었던 나의 첫 책상, 해바라기꽃이 피고 지던 대문 옆 담장, 원룸 창틀에서 조각 햇빛을 먹고 자라던 상추 모종들, 몸을 담그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던 접이식 반신욕조, 소망이의 숙면 공간이었던 복층 다락…. 내가 사랑했던 그 한구석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집, 현재의 집, 미래의 집을 포개어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디론가 감사 기도를 보낸다. 이런 집에 살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그러면서 앞으로는 더 좋은 집에 살게 해달라고도 빈다.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이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삶을 열심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튼, 집 | 김미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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