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 2022 트렌드코리아

유연하고단단하게 2023. 8. 26. 07:15

1. 나노사회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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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분열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간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했던 세계는 자원, 외교, 안보를 중심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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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도 나노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나노시장’ 현상이 두드러졌다. 나노시장은 두 가지 형태로 전개됐다. 첫째, 타깃이 작아지다 못해 나노 단위로 쪼개지는 ‘나노타깃팅’이다. 1명의 소비자가 1개의 시장을 넘어 0.1개의 시장으로 규정되면서 개인과 맥락을 최적화하는 초개인화 기술도 함께 성장했다. 둘째, 타깃의 미세화에 따라 산업 형태도 소형화됐다. 개인 간 물건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성장하고, 소비자의 선호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생산·판매하는 ‘나노유통’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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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역시 더 작은 단위로 쪼개졌다. 소비자의 취향이 미세화되는 만큼, 이를 빠르게 포착해 대응하는 ‘작은 유통’이 경쟁력을 갖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개인 혹은 기업이 소비자의 ‘좋아요like’를 기반으로 수요를 확보한 후, 신속하게 생산·판매하는 수요 중심 유통 과정을 ‘라이크커머스’ 키워드로 소개한 바 있다.     

먼저, 일반 개인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C2CConsumer to Consumer 모델이 빠르게 성장했다. 개인 브랜드 론칭도 쉬워졌다.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뷰티 시장이다.

생산에 대한 부담이 적은 일부 업종에서는 PODPrint On Demand(주문 제작인쇄)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POD란 창의적인 디자인 도안만 있으면 상품 판매를 위한 복잡한 머천다이징 절차 없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만들어 판매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마플샵’은 나만의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손쉽게 론칭할 수 있도록 상품 제작·판매·배송 등을 대신해주는 POD 커머스다.

제조사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도 한층 성장했다. 면도기와 리필용 면도날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스타트업 ‘와이즐리’는 D2C 모델을 활용해 면도기를 일반 가격의 5분의 1 수준에 공급해, 2021년 기준 한국 면도기 시장에서 약 9.3% 점유율을 차지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모아 신속하게 생산해내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 모델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생산자와 제조사를 연결하는 C2M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다. 온디맨드란 공장에서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소비자의 주문이 들어오면 즉각 제품을 만드는 생산 방식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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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측면에서도 집단에 동조하기보다는 개인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언론사 <뉴시안>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와 함께 2022년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개인주의(61.8%)’가 선정됐다.

나노가족의 등장과 고독사회 ‘우리’를 중시하는 가족에서조차 개인주의 가치관이 강화된다.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가구원 수는 점차 감소하며, 함께 산다고 해도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지 않는 ‘나노가족’이 한국 가족의 보편적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 단위의 미세화, 가족 구조의 다양화와 함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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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29.1%에서 23.8%로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배달 앱 같은 플랫폼 노동자 증가, 키오스크와 서빙로봇을 활용한 무인 매장 증가로 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의 형태도 ‘나노노동’으로 쪼개지고 있다. 정규직 직업을 갖고도 틈새 시간을 쪼개 추가 수익을 올리는 아르바이트가 나노노동에 해당된다.조직에 소속되기보다는 혼자 일하는 ‘나노노동’도 2022년 눈에 띄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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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각자의 이익을 좇아 더 잘게 쪼개지고, 사람들의 취향은 점점 더 세밀해지며, 집단주의적 가치관보다 개인주의 가치관을 우선하는 나노사회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 같은 변화 앞에서 갈등과 분쟁을 줄이며 서로를 인정하는 ‘성숙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나노집단’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배척하고 차별하기보다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가치관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노력도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특임교수는 최근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외로움의 경제loneliness economy’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외로움의 경제는 사람들에게 타인 및 공동체와의 연결을 제공하는 서비스·제품을 기반으로 한 경제를 뜻한다. ‘외로움’이 곧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의 슬픈 단면을 보여준다.


2. 대투자 시대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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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물질적 풍요가 가장 중요해서였을까? 투자 환경이 급격하게 위축됐던 2022년에도 ‘머니러시’*는 계속됐다. 고공행진 하는 금리와 오르지 않는 월급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투자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머니러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일지도 모른다. 코난테크놀로지의 분석에 따르면 ‘레버리지/빚투/영끌’ 이슈어 분석에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불안과 같은 단어들의 언급량이 많았다. 요동치는 경제 상황 속에서 불안한 소비자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① 돈을 투자하는 ‘재테크’, ② 시간을 투자하는 ‘시테크’, ③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덕테크’의 형태로 수익 창출을 시도했다.

* 세대와 관계없이 월급 이외의 돈을 만드는데 지대한 관심을 가진 모든 경향성을 보여주는 용어로 『트렌드 코리아 2022』의 키워드였다. 주로 파이프라인이라고 불리는 수입원 다각화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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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한 해였다. 부동산 시장, 가상자산 시장, 주식 시장 할 것 없이 모두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2022년 7월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해 주택 구매에 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양상을 보였으며, 가상화폐 ‘루나’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며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대다수 소비자는 공격적인 재테크를 잠시 접어두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투자 방법으로 우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소비자는 국내외 증시 폭락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특히 무리하게 빚을 내 일확천금을 노린 2030세대의 피해가 막중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7월 개인회생신청 건수 중 2030세대의 비율이 54%였고, 청년층 채무액은 5년 전 대비 32.9% 증가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구매한 일명 ‘영끌족’ 또한 역풍을 맞고 있다. 집값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가는 상황에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단기 고수익을 좇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전통적 대형주보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밈meme 주식(온라인 커뮤니티·SNS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몰리는 주식 종목)’ 열풍이 다시 분 것이다.  

전략1 :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기

안전자산 상품을 기존보다 짧은 호흡으로 재편한 금융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상품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파킹통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월이자 지급식 채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개인투자자의 수요에 맞춰 통상 3개월 주기였던 이자 지급 시기를 1개월로 단축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략 2: 소액으로 투자하기  

“구글 1,000원어치, 테슬라 2,000원어치, 애플 1,000원어치 주세요.”   경기 침체가 전망되면서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재테크 시장 속에서 ‘소액 투자’만이 활기를 띠었다. 비싼 주식을 0.1주, 0.01주와 같이 소수점 단위로 쪼개 구매하는 ‘소수점 거래’나 현물을 소액으로 나누어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큰돈을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는 자산을 소액으로 나누어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고 안정적인 이익을 도모했다.

현물 조각투자는 소수점 거래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대한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자산 규모가 작은 투자자에게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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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크 : 소비자가 자신의 시간을 플랫폼 등에 할애하고 그 대가를 수익의 형태로 받는 ‘시時테크(시간+재테크)’가 등장했다. 요즘의 시테크는 소비자 일상의 시간들을 수익을 얻는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돈 벌기’와 구별된다.

일상생활을 파고든 ‘리워드 플랫폼’들이 소비자의 시간에 보상을 주고 있다. 소비자의 역할은 단순하다. 걷는 시간, 운동 시간, 운전 시간, 수면 시간, 게임 시간 등의 일상을 보내면서 스마트폰의 해당 앱을 켜 놓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의 활동을 인식해 일정한 보상(리워드)이 지급된다. 소비자가 움직일 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M2EMove to Earn’라고 하는데, 캐시워크, 지오디비GeoDB, 스테픈STEPN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 것은 리워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자사 앱 사용을 촉진하고, 무엇보다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는 대단한 유명 인사뿐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에도 흥미를 갖는다. 동기부여, 대리만족, 정보 획득 등 소비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타인의 일상 시간을 소비한다. 타인의 시간을 소비하려는 사람과 본인의 시간을 공유하려는 사람의 니즈가 만나 ‘시테크’가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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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테크 : 즐거움이 중요한 덕테크 영역에서는 투자에 재미와 특별한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다. 현물도 운의 요소를 가미한 드로우draw나 래플raffle, 제품의 희소성에서 비롯한 오픈런과 같은 경험을 거쳐 ‘득템’한 이후에만 덕테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덕테크의 재미, 희소성, 특별함은 유통 업계에서 집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애정, 투자 과정에서 오는 재미가 만났을 때 소비자는 덕테크에 합류하게 된다. 미술품 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신의 취향에 적극적인 MZ세대가 경제인구로 성장하면서 디지털 세대 컬렉터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NFT 예술이 주목받았다.

이제는 N잡을 할 때 수익 못지않게 과정상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N잡을 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돈벌이와 노후 준비와 같은 경제적 이유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려고(34.7%)’와 ‘자기만족·자아실현(26.5%)’이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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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자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재테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우선, 재테크는 소비자에게 금전적 수익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돈을 버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효용을 느껴야 한다. 재미와 성장, 소속감 등의 부가적인 가치가 함께 창출될 때 소비자의 능동적 관심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단순히 걸으면 돈을 주는 리워드 앱에서 나아가 투표·보상·포인트·콘테스트·경쟁 등 게임 메커니즘을 통해 재미를 주거나 커뮤니티를 활용해 소속감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물 판매 외에도 재능과 지식거래도 각광받았다. 알바몬이 출시한 지역 기반 재능거래 앱 ‘긱몬’은 다운로드 수 37만 회를 넘기면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클래스101·프립·탈잉 등의 오픈 교육 플랫폼 시장이 덩달아 확대되는 추세다.

재테크는 끊임없는 변주를 시도하는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돈을 쓰는 행위인 동시에 돈을 버는 행위로 소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재테크가 본연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산업군에 접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재테크의 대상과 방법이 시시각각 확장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고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3. 슬기로운 엔데믹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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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끊기, 물 마시기, 침구 정리하기, 반려견과 산책하기, 멍 때리기.’ 익숙하고 사소한 일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장한 ‘갓생(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 라이프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 요건으로 주목받은 것들이다. 이런 일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기본적인 자기계발의 면모와 함께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자기 돌봄’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주기적 유행이 지속되면서 혼자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불안해진 소비자들은 스스로 작은 규칙과 반복된 습관을 만들며 자신을 방어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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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과 일상력을 추구했던 루틴이 트렌드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첫째, 소비자 입장에서 루틴이 트렌드는 불황 경제의 생존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은 ‘짠테크’를 실천하기 위한 습관 만들기에 더욱 전념할 것이다. ‘0원으로 일주일 살기’, ‘무지출 챌린지’처럼 일상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절약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챌린지 방식이 인기를 끄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어서 중도에 포기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절약 기록을 남기거나, SNS를 통해 다양한 팁을 공유하고 응원하면서 습관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챌린지들은 소비자들의 “나는 할 수 있다”라는 ‘효능감’과 연결되어 있다. 올바른 삶을 살아냈을 때 자신의 효능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처럼 절약 챌린지를 하면서 스스로 바른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자신감을 느낀다. “티끌 모아 티끌”일지라도, 하루하루 성취한 자신을 돌아보며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다.

둘째, 기업 입장에서는 챌린지 방식을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도모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해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중요 경영 요건으로, 루틴이 트렌드는 기업의 ESG 경영 실천을 위한 효과적인 활용책으로 더욱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면서도, 가치 있는 신념에 대한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4. 일상 속 오아시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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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오아시스  : 팬데믹이라는 사막 속에서 일상의 오아시스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은 ‘시골로 떠나기’였다. 시골이 오아시스로 떠오른 기본적인 이유는 ‘촌’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시골은 촌스러운 곳이 아니라 편안하고 정감 있는 장소로 인식된다. 이러한 트렌드를 소개한 대표적인 키워드가 러스틱 라이프다. 2019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카페·블로그·커뮤니티·트위터 등에 올라온 ‘시골’ 관련 감성어 추이 분석을 살펴보면, ‘무난하다’는 평가에서 ‘설레다’·‘훌륭하다’ 등 시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스틱 라이프 :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向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한다. 러스틱 라이프의 층위는 도시와 시골 생활의 비중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떠나기-머물기-자리 잡기-둥지 틀기’의 4단계로 구분된다. 러스틱 라이프는 과밀한 주거·업무 환경에 고통받는 도시민과 경제 위축·인구 감소로 고민이 큰 지방자치단체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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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아시스 : 시간과 여유를 만들어 시골 오아시스로 떠나기 힘든 사람들은 지척에서라도 자기만의 아지트를 찾는 것이 최선이었다. 2022년 Z세대의 여가 트렌드를 반영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욕실’이었다.

지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광 콘텐츠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특정 지역의 독특한 감성을 힙하게 여기며 식품·공간·관광·굿즈·서비스·축제 등을 선호하는 ‘로컬 힙’ 트렌드가 나타나면서 지방의 작은 브랜드들이 주목받았다.

서울과 경기권 주변의 산자락에는 도토리묵과 막걸릿집 대신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자리를 잡았다. 꼭 등산하지 않더라도 초록색으로 덮인 풍경을 보며 생활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빵과 커피를 매개로 자연과 여유를 소비하는 셈이다. 코난테크놀로지의 분석에 따르면, ‘뷰맛집/산뷰/논밭뷰/숲멍/물멍’ 등의 SNS 언급량과 검색량이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시골에 기대고자 하는, 작은 여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까이서 시골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다. 2022년에는 지방의 고즈넉한 풍경을 담거나 시골또는 섬을 체험하는 내용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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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오아시스 :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과거 추억으로부터 위로를 얻는 어른이들이 많아졌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소개한 ‘엑스틴’과 1980년대생인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력을 앞세워 일상에서 추억템을 소비하는 주요 소비자로 부상했다.  2022년 4월 우여곡절 끝에 부활에 성공한 싸이월드는 ‘그때 그 시절’ 감성을 소환하고 싶은 어른이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 엑스틴 이즈 백 : 엑스틴은 1970년대생으로, ① 경제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형성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간직하고, ② Z세대와 알파α세대의 사이에 있는 10대 자녀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포괄한다. 엑스틴은 40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소비력을 갖춘 집단이자 신구 세대를 잇는 한국 사회의 허리다. 큰 시장을 장악하려면 엑스틴을 잡아야 한다.


뉴트로는 익숙하지 않은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참신함을 경험하는 트렌드를 의미한다.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옛것에서 찾은 신선함으로 승부한다는 뜻에서 ‘새로운 복고’라고 할 수 있다. 뉴트로는 과거의 무조건적인 재현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에 기반하되, 창의적인 해석이 깃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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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틱 라이프의 확산을 위해서도 소비자경험(CX, Customer eXperience) 설계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TX(Total eXperience)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는데, TX란 기술과 제조뿐 아니라 사용자·직원·고객의 경험까지 상호연결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총체적 경험TX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하면, 지역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어떤 교통편으로 어떻게 찾아오는지, 어떠한 콘텐츠를 즐기고 어디에서 머무르는지 등 심리스한seamless 여행경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심리스 여행의 일환으로 2021년 7월 제주도는 ‘빈손여행’을 도입한 바 있다.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의 수화물을 대신 찾아 숙소까지 배송하는 ‘짐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2022년 7월부터 전국 주요 공항으로 확대·시행됐다. 한국공항공사에서는 국내 공항과 관광지 사이의 심리스한 연계를 강화하고자 카약, 트립닷컴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항공권·렌터카·호텔 등을 한번에 예약하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CX 유니버스 : CX란 기업과 고객의 접점인 매장·제품·점원·앱 등 경험의 총체적인 흐름을 일컫는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구입·사용·수리·폐기·재구매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경험과 정서를 관리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2022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상품


2022년도 10대 트렌드 상품 리스트를 종합해보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2022년의 몇 가지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양화되고 있다. 식품 자체보다 함께 동봉된 캐릭터 스티커를 얻기 위한 ‘캐릭터 기획 식품’이 인기를 끈다든지, 구매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을 적용한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둘째,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소통하며 즐거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진격의 할매>, <고딩엄빠>,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등과 같은 ‘상담 예능’이 인기를 끈 것은 나와 주변의 이야기를 적극 공유하면서 ‘희노애락’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OTT 서비스가 등장하여 좋아하는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면서 ‘K-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셋째, 보편적으로 괜찮은 상품보다 소수의 니치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특화 상품이 중요해졌다. ‘제로음료’는 건강 관리에 열심이지만 ‘맛’은 포기할 수 없는 요즘 다이어터들이 찾는 인기 음료가 됐고, ‘이색 주류’는 비싼 가격임에도 프리미엄한 가치가 돋보이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장년층의 고민인 새치를 보완해주는 ‘새치샴푸’는 기능성 제품으로써 뛰어난 제품력을 선보여 4060세대의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팬데믹 국면이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은 가운데, 일상에서 작은 비일상적 요소가 주는 편리와 재미를 추구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익숙한 생활환경을 비대면으로 확장하여 새로운 경험적 요소를 제공하는 ‘비대면 플랫폼’의 인기가 점점 더 커졌다. 작은 부스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선사하는 ‘셀프사진관’에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으며, 가벼운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가 ‘초대형 카페’ 투어로 옮겨졌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뜻밖의 새로움에 마음을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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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트렌드코리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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