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better tmr's 1134

ㅠㅠ

어제 밤에 겨울옷을 집에서 챙겨오느라 한손에는 빨간색 캐리어를, 한손에는 파일가방을 들고 어깨에는 백을 걸치고 힘들게 자취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길래 가만보니 파일가방이 증ㅋ발ㅋ 내 한학기 필기가 다 들어있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넣어져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제일 아끼는 제토이 고양이 파일이 들어있었다 난 제토이 덕후임 ㅜㅜ 하계역에서 7호선을 타고 - 숭실대입구역에서 내려 (이때까지 분명히 가지고 있었음) - 역편의점에 잠깐 들렀다가 - 5511을 타고 봉천동 중앙시장에서 잠시 하차 - 포장마차 떡볶이를 사들고 - 5515를 타고 자취방에 도착 이 여정 어딘가에서 파일가방이 사라진 것이었다. 일단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떡볶이를 샀던 포장마차에 갔으나 파일가방은 없었고 5515와 5..

Diary 2010.11.02

우울의 가치

우울의 가치는 그것이 교훈을 준다는 데 있다. 일단 하루의 시작이 늦어졌다는 데에서부터 우울은 시작되었다. 점심을 먹고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후 두시. 학교 입구에서 버스를 탔고 좌석에 앉아 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졸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이미 내릴 정류장을 한참 지나버린 후였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한참 걸어서 4호선을 탔다. 타자마자 자리가 보이길래 얼른 앉았는데 막상 앉고 보니 왼쪽에는 몇 달동안 씻지 않은 듯한 거지가 오른쪽에는 신발을 벗은 스타킹 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피곤했기 때문에 코를 막고 버틸까 싶었지만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내내 서서 갔다. 인간과 인간의 삶의 격차, 개인주의적 삶의 방식의 지당함 이란 문제를 몸소 체험하면서 마음은 점점 더..

Diary 2010.11.01

liking

무라카미하루키 라디오천국 길모어걸스 빈티지 트립합이나모던락 이 모든 걸 좋아하는 사람과는 오히려 어떤 선 이상으로 친해질 수 없겠지 A little difference makes attractiveness 그러고보니 옛날엔 습관적으로 이런 낙서를 많이 했었다 좋아하는 것들 구구절절 늘어놓기 예를 들면 영화 리스트 적는 것. 일순위는 언제나 이터널선샤인! 그리고 카모메식당, 호노카아보이, 찰리와초콜릿공장, 베니와준, 아메리칸사이코, 좋아하는 것들 구구절절 늘어놓기 기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Diary 2010.10.16

등과 등등의 차이

등 의존명사로 [같은 무리에 속하는 명사를 열거한 다음에 쓰이어] (앞에 늘어놓은 것들과 같은) 여러 가지, 등(等) 따위를 의미. 예) 쌀, 보리, 밀 등을 곡식이라 한다. 등등 [많은 사물 중에서, 몇 가지만 줄여 열거한 다음] '이 외에도 그와 같은 것 여러 가지'의 뜻을 나타내는 말. 예) 떡, 과자, 음료수 등등 먹을 것이 많다. > 예전부터 궁금해했던 것인데 방금 전에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확실히 알았다. '시험기간'의 가치는 학생들이 공부하기를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함으로써 여러모로 폭넓은 상식을 갖게 된다는 데에도 있을 것이다.

Diary 2010.10.14

10월 둘째주 화요일

어쨌든 10월이 시작됐다 라는 다이어리 속 문장이 왠지 마음을 울렸었는데 이제 벌써 10월도 일주일이나 지나갔다 대학교 삼학년 라이프도 두서달밖엔 남지 않았고. 스물두살의 하루하루는 특히나 더 소중한 것인데 말이야 매일매일이 반짝거리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시간을 갈고 닦아야 해. p.s. 방황과 질풍노도는 20대부터 시작된다는 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걸까

Diary 2010.10.07

학생의 아내

"난 맛있는 음식, 스테이크, 기름에 지진 감자, 그런 게 좋아. 좋은 책과 잡지, 밤에 기차 타는 거, 비행기를 타는 걸 좋아해."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물론 이건 좋아하는 순서로 말한 건 아니야. 좋아하는 순서대로 말하라고 하면 생각을 해봐야 해. 그렇지만 나는 그게 좋아, 비행기 타고 가는 거. 이륙할 때면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어." 그녀는 한쪽 다리를 그의 복사뼈 위에 걸쳤다. "나는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다음날 아침에 침대에 그냥 누워 있는 걸 좋아해. 우리가 늘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 어쩌다 한번씩이 아니라. 그리고 난 섹스가 좋아.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이따금씩 날 쓰다듬어주는 것도 좋고. 영화관 가는 것, 영화 보고 나서 친구들과 맥주 마시는 것도 ..

Review 2010.10.02

지금부터라도 꼭 ㅠㅠ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거의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서는 스스로까지 속일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럴 용기가 없다면, 자신의 깊숙한 세계까지 어지럽혀지는게 두려웠다면 아예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했다 이미 늦었다면 진실을 이야기하는 수밖에. 수렁 속으로 사건을 묻어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심코 스스로, 아니면 다른 누구에 의해서든 진실은 파헤쳐 들어 올려지게 되어 있다.

Diary 2010.09.28

보르헤스

"나는 너의 기억의 깊은 곳, 꿈들의 조수 속에 머무르겠지" 그(또 다른 나)는 말을 멈추었고, 나는 그(또 다른 나)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나 또한 그와 함께 죽었을 것이었다. 슬픔에 빠진 나는 베개를 쓸어보았다. 거기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방을 빠져나갔다. 밖에는 정원도, 대리석 층계도, 고적한 저택도, 유카리나무들도, 동상들도, 광장도, 우물들도, 아드로게 마을에 있는 농장 철책의 현관문도 없었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또 다른 꿈들이었다. - 1983년 8월 25일, 끝부분에서 보르헤스는 1983년 4월 27일 지에 기고한 위의 단편에서 바로 그 날, 1983년 8월 25일 자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8월 25일을 선택한 것은 그의 생일이 8월 24일이기..

Review 2010.09.28

늦봄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중충했다 결국 마음따라 몸까지 망가트려 버린 하루 아는 사람 누구에게도 위로는 받고 싶지 않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고스란히 그만큼의 괴로움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그냥 재미없는 날이었을 뿐이라고, 그래도 열심히 잘 보냈다고 '거짓말'을 했다.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약하고 한심하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모든 때묻은 기억들을 내려놓고 잠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늦봄의 노래. 이런 가사를, 이런 멜로디를 들려주어서 고마워요 오늘 하루 어땠나요 힘이 들었었나요 그대 맘 속의 별들이 모두 빛을 잃어버렸나요 오늘 하루 어땠나요 힘이 들었었나요 그댈 향해 핀 꽃들도 모두 시들어 버렸나요 오늘 따라 왠지 그대의 슬픔들이 파도가 되어 내..

Playlist 2010.09.28

아강나아아악

내일이 친구 생일임을 하루 전에 알았다 게다가 경영학원론 조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세 번째 조모임까지 마친 방금 전에야 알았고 요새 정신이 없어서 남자친구와의 백일 기념일도 깜빡하고 있었다 과식으로 위장이 꿀렁거린다 비를 맞고 돌아다니다가 구두 밑창이 떨어져 나갔고 청바지 물이 비싼 가방에 퍼렇게 묻었다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10월은 더 바쁠 예정이다 울고싶다. 닭똥같은 눈물 뚝뚝 떨굴 수 있는 슬픈 영화 보고 싶다 근데 요새 보러갈 만한 영화도 없네

Diary 2010.09.21

데미안을 꾸역꾸역 다 읽긴 했다만

1. "우리는 너무 많이 얘기한단 말야." 그는 유난히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약삭빠른 이야기는 아무 가치가 없는 거야. 아무 가치가 없어.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 뿐이지.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죄악이야. 사람이란 마치 거북이처럼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거든." 데미안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 '데미안'을 다 읽었다. 아프락시스 이야기까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선과 악이란 동전의 양면 같은 상호 불가분의 것이라는 걸 참 거창하게 이야기한다 싶었지만 아직 유년의 이야기이니까,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데미안이 어설픈 방탕의 길로 빠져드는 부분부터는 도저히 소설 속의 어떤 인물에게도 공감할 수 없어서 인상을 팍 쓰고 삐딱..

Review 2010.09.21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인터뷰 중에서

Interviewer: 평소에는 언제 글을 쓰시나요? Interviewee: 보통 새벽에 일어나서 정해 놓은 시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4시에 일어나서 조금 전까지 글을 썼습니다. 시간을 무조건 정해 놓고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은 미국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방식이었죠. Interviewer: 그럼, 그 시간 동안에는 술술 글을 쓰시나요? Interviewee: 기계가 아니니까 꼭 그렇진 않죠. 그래도 책상 앞에 인내심을 가지고 앉아 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쓸 거리가 생각나면 신나게 써 내려가지요. Interviewer: 일종의 수련 과정 같네요. Interviewee: 글의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 버린다던가 하는 적극적인 사..

Diary 2010.09.16

서울대입구역 규동집 지구당

서울대입구역 낙성대동방향으로 나와서 쭉 올라가다 삼성 공인중개사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지구당'이라는 이름의 조그만 규동집이 있다. 가게는 열명 남짓한 사람으로 가득 채워질만큼 작은 공간이다. 지나간 일본 가요가 작고 나지막하게 흐르는 중에 요리사와 종업원 두사람이서 조용하게 규동을 만들어준다. ※ 식당 문 앞에는 몇가지 주의사항이 쓰여있다. 1. 가게 안에 있는 먼저 오신 손님들이 다 먹고 나올 때까지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가게 안 손님들이 눈치보지 않고 편안히 먹을 수 있도록 문에 커튼도 쳐져 있다. 하지만 손님들이 얼마나 줄지어 있는지 몰라서 은근히 더 허겁지겁 먹게 되는듯) 2.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절대 큰 소리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옆 사람과의 대화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

Photos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