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유연하고단단하게 2020. 10. 26. 08:40


-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매일매일이 단조로워 주위 세계가 무채색으로 보일 때,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 심장이 무너질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 그곳에서 누구로부터도, 어떤 계산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자유 영혼의 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는 길이다.
나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 가장 나 자신답고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 곳은?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나의 퀘렌시아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지키고 삶을 사랑하는 길이다.

-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잡은라. 인생은 관광(tour)이 아니라, 여행(travel)이다. 그리고 여행은 고난(travail)과 어원이 같다. 장소뿐만 아니라 삶도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는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