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캠퍼스에 도착할 것이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조지는 조지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름 부르는 조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조지는 의식적으로 애써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주파수를 맞추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느끼려 한다. 베테랑의 실력으로, 자기가 연기해야 하는 이 역할에 맞는 가면을 기꺼이 쓴다.
이제 조지는 차를 세운다. 예민한 기분은 전혀 없다. 자동차에서 내릴 때, 연극을 시작할 기꺼운 마음이, 에너지가, 샘솟는다. 자갈길을 따라서 경쾌한 걸음을 활기차게 내딛는다. 음악관을 지나서 학과 사무실로 향한다. 이제 조지는 배우다. 분장실에서 방금 나와서, 소도구와 조명과 무대 기술자들이 있는 무대 뒤 세계를 서둘러 지나가며, 무대로 증장하려는 배우. 침착하고 안정된 베테랑인 조지는 사무실 문 앞에서 잘 계산된 시간만큼 잠시 멈칫한 뒤,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영국 억양을 미묘하게 섞어서, 활발하고 확실하게 첫 대사를 말한다. "안녕하세요!"
문득 삶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타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데 대하여
그리고 나이듦에 대하여, 건조한 '위로'를 건네주는 책.
1
잠에서 깰 때, 잠에서 깨자마자 맞는 그 순간, 그때에는 '있다'와 '지금'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동안 가만히 누운 채 천장을 쳐다본다. 이제 시선이 점점 내려오고, '내가'가 인식된다. 거기서부터 '내가 있다'가, '내가 지금 있다'가 추론된다. '여기'는 맨 나중에 떠오른다. 부정적이라도 안심이 되는 말, '여기'. 왜냐하면, '여지'는 오늘 아침, 내가 있어야 할 곳, '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지금이 아니다. '지금'은 잔인한 암시다. 어제에서 하루가 지난 때. 작년에서 한 해가 지난 때. '지금'에는 날짜가 붙는다. 지난 '지금'은 모두 과거가 된다. 어쩌면─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아주 확실히─조만간, 그날이 올 때까지.
두려움이 미주신경을 비튼다. 저 멀리 어디에서 기다리는, 다가올 죽음이 안기는 메그써운 경련.
그러나 그사이에, 엄격히 훈련을 받은 대뇌는 주도권을 잡고 시험을 하나씩 시작한다. 다리를 뻗고, 허리를 굽히고, 손가락을 꽉 쥐었다가 놓는다. 이제 대뇌는 온몸의 기관에 하루의 첫 명령을 내린다. '일어나.'
2
우리는 여기, 조지의 몸이라 알려진 몸을 보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꽤 크게 코를 골며 잠든 몸. 눅눅한 바다 공기가 코에 영향을 미친다. 어쨌든 술을 마신 뒤에는 특히 더 크게 코를 곤다. 짐은 조지의 몸을 발로 차서 깨우곤 했다. 조지의 몸을 옆으로 돌리기도 했다. 때로 화를 내며 침대에서 나가서 서재에서 자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조지의 전부일까?
북쪽, 해안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 절벽 아래 화산암 암초에는, 물웅덩이가 많다. 썰물 때에 그곳에 갈 수 있다. 웅덩이는 제각기 다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웅덩이마다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조지, 샬럿, 케니, 스트렁크 부인. 조지를 비롯한 사람들을 각기 하나의 전체라고 가정한다면, 웅덩이 하나를 하나의 전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웅덩이는 전체가 아니다. 그 물을, 가령,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우울한 걱정, 입을 앙다문 탐욕, 생생한 직감, 껍질은 깨어져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습관, 깊은 곳에서 반짝이며 숨은 비밀, 신비하고 위협적으로 빛이 있는 표면으로 움직이는 무서운 단백질 유기체 등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한데 존재할 수 있나?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물웅덩이를 이룬 바위는 그 세계를 모두 담고 있다. 그리고 썰물 때에는, 그 개체 모두는 서로를 전혀 모른다.
그러나 마침내 긴 하루가 끝나고, 밀물 때인 밤이 온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서 웅덩이를 뒤덮듯, 잠든 조지와 사람들도 다른 바닷물, 의식의 바닷물에 잠긴다. 특별히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닌 의식, 모든 사람과 모든 것,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은 의식, 가장 높이 뜬 별까지 쭉쭉 뻗는 의식. 우리는 직감으로 분명히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조의 어둠 속에서 이 생명체들 몇몇은 웅덩이를 빠져나와서 더 깊은 바다로 떠돌아다닌다고. 그러나 떠돌던 생명체들은 낮이 되어 물이 빠지면 되돌아올까? 무엇이 그 생명체들을 잡아들일까? 그 생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가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아니, 그 생명체들에게, 바닷물은 웅덩이 물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를 빼고, 이야깃거리가 있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