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얀 모래로 세수를 했다.
사막이 되어 버린 내 피부는 이것으로 세수를 해야 다시 매끈매끈하게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모래가 공룡의 뼈로 만든 것이라고 했고 바다의 물결이 오랫동안 씻어 내고 햇볕이 말린 뼈라고 말했다. 나는 이 뼈를 손바닥 위에 펴 바른 후 손바닥을 얼굴에 대었다. 손바닥은 살을 뚫고 내 뼈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나는 손 안에서 내 두개골의 형태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빛으로 된 이 피부와 물로 이루어진 살 이외에 또 하나의 몸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무도 이 몸을 안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개수대에 물을 흐르게 하고 내 머리를 그 안에 집어넣고 흔들었다. 시든 잎사귀, 나비의 날개, 죽은 개미들 그리고 말린 다람쥐의 꼬리들이 떨어져 나왔다.
다와다 요코, 목욕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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