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초상화의 비밀
천 원짜리 지폐 속 이황과 만 원짜리 지폐 속의 세종대왕. 하루에도 수십 번씩 꺼내보는 초상화들이다. 그런데 이 지폐 속 도상들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진 적이 있다. 이들의 초상화가 역사적 고증 없이 상상으로, 게다가 초상화를 그린 화가를 닮은 모습으로 그려졌음이 밝혀진 것이다. 우리가 매일 화폐 속에서 초상화를 마주하면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림이 인물의 혼을 담고 있지 않은 거짓된 초상화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림 속 인물과 생생하게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초상화를 만나고 싶다면 9월 27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초상화의 비밀’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보급 초상화들을 대거 선보이는 특별기획전이다. 조선시대 인물들의 모습에서 당대의 사회상과 문화 배경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고, 세밀하고 개성적인 인물 묘사에서는 당대 최고 화가들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하늘과 땅’, ‘인의예지’, ‘자아와 일상’, ‘새로운 눈, 사진’이라는 네 가지 테마에 맞추어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관객은 초상화 속에 담겨진 다양한 의미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초상화가 교과서를 읽는 듯이 딱딱하고 교훈적인 내용으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인물이 지닌 개성과 각각의 삶의 궤적이 초상화에서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얼굴색이며 눈매, 표정과 분위기가 모두 다른 얼굴들에는 인물의 얼을 담고 혼을 살리고자 한 화원들의 정신이 담겨 있다. 덕분에 우리는 시대를 가로질러 500년 전 인물들과 생생하게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다.
초상화 속 인물이 자주 지은 표정은 얼굴에 주름으로 깊이 새겨지고,
그가 습관처럼 취했던 자세는 그 성품과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진정성을 담은 초상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인물에 대해 무한히 상상하게 하고 그의 삶에 다가가도록 유도한다.
초상화에 담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그림 속 인물과 생생하게 소통하는 것.
진정한 초상화에서 맛볼 수 있는 경험은 이런 것이다.
그가 습관처럼 취했던 자세는 그 성품과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진정성을 담은 초상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인물에 대해 무한히 상상하게 하고 그의 삶에 다가가도록 유도한다.
초상화에 담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그림 속 인물과 생생하게 소통하는 것.
진정한 초상화에서 맛볼 수 있는 경험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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