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Hockney: Four Print Portfolios 1961-1977
데이비드 호크니: 네 개의 판화 포트폴리오
그동안 서울대학교미술관(MoA)은 유난히 흥미로운 이름을 내건 전시로 주목을 끌어왔다.
<서울의 혼>이라는 제목이 붙었던 오마르 갈리아니 전이나 <미술관을 위한 일곱 가지 픽션>이란 제목으로 개최되었던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전 등이 그랬다. 미스터리한 제목의 전시들은 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 네 개의 판화 포트폴리오>전은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작가에게 기대와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영국 팝 아트의 대가로서 지닌 위상을 반영하며
앞으로 그 이름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미술계의 기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1959년 런던 왕립 미술학교에 입학한 후에 발표해왔던 초기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호크니의 초기작들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특징은
텍스트를 회화 내용으로나 표현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자를 삽입하거나, 시에서부터 영감을 얻거나, 동화 속 장면들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학적 텍스트를 활용한다.
어떤 텍스트와 예술 경향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가에 따라 전시는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진다.
탕아의 행적, 푸른 기타, 그림 형제의 여섯 편의 동화를 위한 삽화, 콘스탄틴 카바피의 14개의 시를 위한 삽화,
이들 섹션에서 소개하는 호크니의 초기 판화 작품으로부터
그가 주목하고 고민했던 주제의 한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었다.
몇 개의 작품을 작은 섹션 공간에서 만나보는 것만으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세계에 친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건 그의 작품들이 한결같이 개성적인 경험과 감성을 담고 있는 덕분이다.
모더니즘의 조형적 특성은 대개 내용의 결여로부터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호크니의 가볍고 추상적인 드로잉은 사적인 경험과 서술적인 자기 고백을 담는다.
그래서 작품을 마주한 관람자는 작가와 대화하는 듯한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가볍고 유쾌한 드로잉이 지닌 매력과,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주하는 데서 전해지는 소통의 즐거움.
이는 단지 몇 개의 포트폴리오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호크니의 작품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비록 전시 공간는 작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보다 깊은 만남을 원하도록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2011. 11. 30.
인턴기자로 취재차 작성했던 기사글에서
http://www.mu-um.com/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