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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유연하고단단하게 2024. 3. 3. 20:27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나'를 위해


우리에겐 예상 문제 풀이나 일회성 힐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관계든 크고 작은 갈등의 순간은 찾아오는데,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타인의 마음을 알아내려 하고, 누구를 먼저 ‘손절’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소통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것보다 자신의 무게 중심을 잡고 내 마음과 먼저 소통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젠 나 자신에게 무게의 중심을 가져올 때이다.


소통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건강한 소통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요구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소통’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를 풀어 보면 크게 다음의 3가지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건강한 소통은 나의 생각, 감정, 요구를 표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
2. 건강한 소통은 나와 상대가 표현할 권리를 동시에 존중한다.
3. 건강한 소통은 성격이 아닌 기술이다.

 
건강한 소통의 첫 번째 요소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는 것을 분명하고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의 생각은 나의 것이고, 내 감정도 나의 것이며, 내 요구도 나의 것이다. 내가 선택할 자유가 있는 만큼 책임지는 것이고, 그것은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다.

두 번째 요소는 내가 휘둘리지 않고 할 말을 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할 말을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하는 배려와 따뜻함은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생각이 옳다고 무조건 동의하거나 그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고 책임지면서 같이 휩쓸리는 것도 아니다. 거절하지 못하고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게 되면 타인의 권리만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권리는 침해하게 된다. 단지 상대방 또한 자신의 생각, 감정, 요구가 있고 그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체가 건강한 소통의 시작이다. 건강한 소통은 반드시 동의하고 공감하며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세 번째 요소는 소통은 성격이나 소질이 아닌 기술의 문제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소통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이 말은 누구나 배우고 연습하면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타고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또한 어느 순간에는 휘둘리기도 하며 할 말을 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는 의미이다. 운동선수가 같은 동작을 수만 번 연습해도 실수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는 있어도 매번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는다. 소통의 문제는 마치 늘 새로운 문제가 주어지는 것과 같아서 한 가지 답안지만 보고 풀 수는 없다. 즉,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수를 했다고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어떤 관계든 조금의 불편함조차 미리 방지하거나 모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강한 소통은 조율하기 힘든 갈등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비난보다 함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소통의 장을 열어둔다. 따라서 소통의 장은 이기고 지는 전쟁터가 아니라 협력의 장이다.

자신을 지키면서 타인을 해치는 것은 건강한 소통이 아니다. 이것을 ‘공격적 소통’이라고 한다. 반대로 타인은 지켜주면서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태도 또한 건강하지 못한 소통이다. 이것을 ‘수동적 소통’이라고 한다.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점은 우리를 휘두르는 사람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건강한 소통은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의해서도 휘둘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소통 유형을 통해 나 자신의 무게 중심을 지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유난히 대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이때 ‘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궁금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럴 때 우리는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짐작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유독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의 소통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물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할 때 휘둘리기 쉬운지 나 자신의 소통 패턴을 이해하기 위한 ‘상황적 맥락’으로 다루는 선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즉, 타인의 마음을 파헤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삼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향해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되면 어차피 완전히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타인의 마음 안에서 길을 잃게 된다.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무게 중심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어떤 유형인지와 상관없이 내가 단호하고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뜻하지만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단호박형'


단호박형의 사람들은 불도저형이나 연두부형과는 달리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며 자신의 무게 중심을 지킨다. 먼저 건강하게 소통하는 단호박형의 언어적, 행동적 특징을 살펴보자. 

  * 긴장하지 않고 말하기 : 목소리에 불안함이나 망설임이 없고 안정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 적당한 톤으로 말하기 :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지 않게, 또 높낮이가 심하게 오르내리지 않게 기복 없이 이야기한다.

  * 적당한 속도로 말하기 :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은 속도로, 단어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두고 이야기한다.

  * 차분하게 말하기 :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상황과 생각을 차분히 전달한다.

* 분명한 문장 사용하기 : 말을 질질 끌거나 문장 끝을 흐리지 않고 명료하게 마무리한다.

  * 적절하게 눈 맞추기 :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피하지 않고 대상을 향해 시선을 적절하게 분배한다. 상대방의 눈 맞춤을 회피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 안정감 있는 자세 취하기 : 한쪽으로 기울거나 불안정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불안하고 불편해 보인다. 구부정하고 위축된 자세는 수동적으로 보이고 반대로 다리를 벌리고 뒤로 몸을 기대면 상대를 존중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다. 단호박형은 경직되거나 어색하지 않게 적당히 편한 자세를 보인다.

* 적절한 거리 유지하기 : 건강한 소통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데 아주 가까운 관계를 제외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팔을 앞으로 뻗었을 때 정도의 거리가 적절하다.

  * 긍정적인 반응하기 : 상황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거나 제스처를 통해 반응을 보이고 관심을 표현한다.

  * 언행일치 : 말의 내용에 따른 적절한 감정 표현을 한다. 가령 ‘나는 하고 싶지 않아’라는 거절의 말을 할 경우 분명하고 침착한 태도로 말한다면 따뜻한 단호함이 되지만 소리를 지른다면 공격적이 된다. 유쾌한 내용에는 웃는 표정을 하며 가볍게 손뼉을 치거나 심각한 내용에는 진지한 표정을 하는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것을 표현하는 말의 언어와 몸의 언어에 일관성을 보인다.


마음의 뿌리: 나와 사람과 세상을 보는 가치관


우리가 관계와 삶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리저리 휘둘린다면 그 문제의 근원은 상처받은 마음의 뿌리에 있다. ‘근본적인 가치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마음의 뿌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프로그래밍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 되는데, 대개 가치관이 형성되는 생애 초기에 그 윤곽을 형성한다. 마음의 뿌리는 다음의 3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 나(자아) : 나는 이런 사람이야.
  * 사람(관계) : 사람들은 대개 이렇구나.
  * 세상(삶) : 세상은 이런 곳이야.

우리는 ‘사실’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은 누구나 주변의 ‘사실’을 관찰하고 ‘의견’을 가지는데, 이 관찰 대상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나에 대한 마음의 뿌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쌓아온 주관적인 의견이며 자존감의 근원이 된다. 다시 말해,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가 아니라 ‘제 생각에 저는 이런 사람이라고 믿어요’가 실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생각도 근본적으로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편파적인 의견이다. 이 말은 곧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며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자신에 대한 의견 또한 업데이트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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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 안젤라 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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