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안다. 부사는 단점이 많다는 걸. 나 역시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라는 문장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이 더 진짜에 가까운 마음이라곤 말할 수 없으리라. 우리는 늘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지만 동시에 그것이 노련하게 전달되길 원한다. 그러니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이는 촌스럽거나 순진하거나 다급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리라. 실로 부사 안에는 ‘저것! 저것!’ 하고 무언가 가리키는 다급한 헛손가락질의 흔적이 담겨 있다. 부사는 그게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그냥 ‘저것! 저것!’ 한다. 그것은 설명보다 충동에 가깝고 힘이 세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부사는 동사처럼 활기차지도 명사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그것은 실천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만날 큰소리만 치고 툭하면 집을 나가는 막내 삼촌과 닮았다.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제 이름에 받침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날아오르고, 허공에 큰 선을 그린 뒤 ‘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그거’라고 시치미를 뗀다.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느낌. 말言이 말言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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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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