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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완성은 없다. 내가 그리던 목표의 마지막 장면이 실은 구체적이지 않은 것처럼. 그저 매일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언제나 원거리를 멀찍이 쳐다보게 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먼 시선보다는 촘촘한 자각이 더 도움을 준다. 어제와 한껏 달라진 내 모습이 지금의 생활에는 무엇보다도 기념이다.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은 지금에 가까이 눈을 두고 조목조목 들여다보며 그 과정을 만끽하는 일. 조금씩 달라지는 매일의 표정을 알아채고 싶다. 이루고 싶은 장면이 너무 멀어서 쉽게 지치던 시간을 달리 바라보고 싶다. 오늘의 바람에 조금 더 묵직하게 일렁이는 건강한 아보카도 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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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아, <사물에게 배웁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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