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 박사는 누구인가

유연하고단단하게 2014. 1. 2. 20:34

 

 

나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짐작과 진실 사이엔 그리 큰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짐작이란, 어쩌면 진실을 마주 보기 두려워서,

그게 무서워서 바라보는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갖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지금 참아내고 있는 그 무엇으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독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거절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망상을 참아내는 사람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참아내기도 한다.

누가 어떤 괴물 같은 짓을 하더라고, 그것을 누가 참아내고 있는가,

누가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는, 숨겨진, 또 하나의 눈금일 것이다.

 

 

 

 

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 <화라지 송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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