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의 프랑스 미술

유연하고단단하게 2011. 9. 16. 12:27




추석 연휴동안 전시관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초국가적이고 초이념적이며
전통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작품들에게 
'현대적'이라는 수식이 붙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늘의 프랑스 예술' 혹은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같은 전시장에서
아주 이국적이고 생경한 자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단지 몇 분간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현대의 프랑스라는 공간을 서너 개의 전시실에서라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을 덜어낼 수는 없었다.


 


(오늘의 프랑스 현대미술전 작가 인터뷰영상)

 


 국립현대미술관은 7월 26일부터 10월 16일까지 과천본관에서 <오늘의 프랑스 미술: Marcel Duchamp Prize>전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세계 미술의 동향을 알리는 기획 전시 시리즈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2009년부터 스페인, 인도, 오스트리아 등과 기획 전시를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에는 미국의 휘트니미술관 소장품 전, 호주의 현대미술 교류 전에 이어 '프랑스 현대미술' 전시를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자 및 후보자 중 세계 미술 무대에서 활동하는 영향력 있는 젊은 작가 16인이며, 전시는 이들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모노그래픽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들의 작품은 21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인 영상, 설치, 조각, 사진, 판화 등 다양한 뉴 미디어적 형식을 갖추고 있어 포스트 모던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으며, 이러한 형식과 함께 하는 프랑스인들의 뿌리깊은 역사의식과 특별한 감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소장가 중심으로 구성된 프랑스 현대미술 국제화 추진회(Adiaf)는 2000년도에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설립했다. 매년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그 중 1명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해 이듬해에 그 수상자에게 퐁피두 센터에서 개인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도록 제작 등을 지원한다. 프랑스미술 국제화 추진회(Adiaf)는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를 통해 프랑스 젊은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할 뿐 아니라 오늘날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의 의미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현대미술 국제화 추진회(Adiaf)가 협력하고, 한국 문화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후원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주)아모레퍼시픽과 프랑스 문화원에서 후원했다. 또한 전시기간동안 프랑스 문화예술을 접해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http://www.moca.go.kr
 전시안내 홈페이지에서
 

 
 
 
제1,2 전시장과 중앙홀까지 다 돌아보는데는
커피를 마시고 온 시간까지 합쳐서 거의 네 시간이나 걸렸다. 
전시된 작품들이 모두 개성적이었고,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좀 더 집중해서 꼼꼼히 관람할 수 없었던 게 오히려 아쉬웠다. 이놈의 저질체력.

단순히 작품들이 모두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들이 모두 저마다 뚜렷한 시각과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각자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루할 수 없는 전시였다. 





 세계화 시대에 예술작품들이 점점 더 (전세계적 양식의)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훌륭한, 혹은 유명한 예술 작품은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키면서도 동시에 독특한 개성을 갖춘다. 그건 글로벌한 가치관뿐 아니라 그가 몸담은 공간의 역사와 문화, 자라고 경험한 지역 색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든 ‘한국적인 요소’를 첨가시킨 작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백남준의 작품들은 전혀 한국적이지 않지만 그가 ‘한국인’으로서 예술계에 이름을 남긴 것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백남준의 작품을 수용하는 이들이 그의 혈통을 알게 됨으로써, 그가 한국적인 정체성을 가졌다 하기 어려운데도 한국 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오늘의 프랑스 미술>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한 가지는, 바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내면화시키며 성장한 신진 예술가들에게 프랑스 예술계가 가지는 긍지와 이들이 쏟아 붓는 후원의 열기였다. 전시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이미지의 수사학>전에서 만나본 몇몇 작품들을 떠올렸다. 국적불명으로 읽힘직했지만 아주 멋졌던 몇몇 작가와 그림들. 정체성 규정에 급급하기를 떠나서, 어쨌든 '훌륭한' 우리 국적 작가의 작품은 세계 예술 시장에서 '한국적인'이라는 수식어의 가치가 높아지는 데에 기여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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