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상에 소소한 변화가 필요할 때면
쇼핑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갈 수도 있겠지만
서울 곳곳의 무료 전시나 무료 공연을 보면서 감성을 충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지난주 친구랑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 다녀왔다.
9월 18일까지 이어지는 '만화 캐릭터, 미술과 만나다'전에서는
낯익은 혹은 낯설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보러 다니는 취미가 없는 친구랑 가기에도 부담 없고 재미있는 전시였다.
차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성을 담은 변용과정을 통해 그 의미를 재맥락화한
젊은 작가 11명의 작품 54점이 선보인다.
Ⅰ. 세상을 되돌아보다
만화적 캐릭터의 재창조 과정을 통해, 원전이 가졌던 의미에 작가 자신의 감성을 담아
비평, 성찰, 풍자, 냉소적으로 표현한 입체, 평면 작품을 전시한다.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세상을 되돌아보는 작가의 시선이 내재되어 있다.
Ⅱ. 세상과 소통하다
관람객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어린시절 추억의 만화 캐릭터를 공유하거나
재미있게 감상하며 참여를 유도하는 등 소통, 놀이, 재미, 공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입체, 평면,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인다.
찰스장 / Crack-k-k / Acrylic on Canvas / 130x130cm / 2008
재이박 / 빈둥빈둥 / Acrylic on canvas / 89.4x130.3cm / 2010
함영훈 / The Moment of Dancing / Acrylic on Canvas / 130x162cm / 2009
임지빈 / Slave(프링글스 아저씨는 사실 감자튀김을 좋아해) /
플라스틱에 차량용 페인트, 나무 가변설치 / 2010
함준서 / 20/120: A Tadpole Who Wanted to Become a Pig by Eating a Pearl / 애니메이션 / 2010
캐릭터라는 건, 어린이든 어른에게든,
선명한 색깔과 유쾌한 형태로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새콤달콤한 '아이캔디'다.
비단 애니메이션 산업뿐만 아니라 각종 시각 예술 장르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혹은 작가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캐릭터가 종종 작품 속에 등장한다.
특히 팝아트 작품들에서 캐릭터가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시각 예술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유리된, 혹은 머리를 싸매고 뜯어봐야 하는 어려운 것이거나
고급한 여흥거리가 아니라, 단지
어떤 자극이나 의식을 관람자의 마음속에 쏘아 넣어 주는 '소통'의 한 방법일 뿐임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캔디' 같은 기능이 자본주의 사회 시장에서 간과될 리 없는 법이다.
애니메이션 산업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프로모션 로고, 각종 제품들에서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캐릭터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의류 브랜드 오즈 세컨과 콜라보레이션한 팝아티스트 이동기의 캐릭터
'아토마우스'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순수 미술가들이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흔한 일이고
그렇지만 어쨌든, 대중과 캐릭터와의 만남이
물론 현대 예술에서 비판적 맥락으로
혹은 의미 없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으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얼마나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도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일단은 '소비적인 관계'로서가 아니라면 사람들로부터 관심이나 애정을 받기 어려운 법이니 말이다.
이해하기 쉽다는 점, 유쾌하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는 점 때문에
만화적 캐릭터라는 건 본질적으로 키치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이용되기에 더없이 적합한 소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연결을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겠냐고 담담히 말하기에는 무언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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