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마르 갈리아니

유연하고단단하게 2011. 8. 4. 23:43




8월 말까지 서울대미술관 MOA에서는
서울의 혼이라는 전시로 오마르 갈리아니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성주의'라는 설명에서 짐작되었던 대로
전시된 그림들은 모두 흑백이었고
간혹 붉은 색으로 캔버스를 칠하거나 가느다란 선을 그려넣고 있었다.
 
흑백으로 그림 속에 그려져있는 것은 인체의 뼈, 치아나 우주 이미지 등 영원함과 불변함, 무정(無情)함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것들이다. 그 불가해성 및 숭고성은 연필이나 목탄, 흑연 등의 소재로 표현되어 웅장하고 장엄하면서도 또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들과 캔버스 속에 함께 그려지는 것은 뜻밖에도 소녀나 장미의 이미지이다. 보통 아름다우면서도 갸날프고 순간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소재들은, 그러나 익숙하게 이해되는 '상처받기 쉬움'이나 '연약함' 등의 의미를 넘어선 새로운 의미로 표현되어 있다. 흑백의 캔버스들 속에서 장미꽃과 소녀는 오히려 그 장엄한 우주적 배경에 지지 않는 존재의 영적인 힘을 보여준다.

오마르 갈리아니 / Rose / 목판 위에 흑연 또는 연필 / 300x360 / 2007

이렇듯 그림 속 소녀들은 유약하고 순간적인 인간적 존재라기보다는 초월적이고 신비적인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신화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그녀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소녀라는 제재의 그 관능적이고 섹슈얼한 느낌을 전해준다. 


오마르 갈리아니 / 커다란 샴 디자인 / 목판 위에 흑연 / 200x185 / 2011




p.s.
그런데 왜 전시 제목이 '서울의 혼'인지는 도저히 모르겠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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