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가 오는 날에는 왠지 바삭바삭 튀긴 튀김이나
지글지글 기름에 부친 전, 특히 그 바삭한 갈색 가장자리 같은게 땡긴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바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소리가
후라이팬에 기름이 지글지글 타는 소리랑 비슷해서 부침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얘기였지만 왠지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 전이나 부침개보다는 튀김이 훨씬 생각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비오는 날의 눅눅해진 공기에 몸도 기분도 눅눅해지면서
그것과 상반된 바삭한 촉감이 그리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오늘 저녁엔 꼭 깻잎튀김이랑 고추튀김을 먹어야지
2
중간고사는 어제 다 끝났지만
다음주까지 논문도 써야되고 과제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마당이라 그냥 도서관에 왔다.
시험기간에도 안 끼던 안경까지 오랜만에 쓰고서.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렌즈를 끼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렌즈를 끼는게 낯선 기분이 들고 불편하고 그랬다.
렌즈가 불편하거나 눈이 건조해서가 아니라, 렌즈를 끼고 상대방을 마주보게 되면
안경 렌즈같은 거름막 없이 바로 그 사람에게 내 시선이 침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괜히 혼자 불편하고 죄책감 같은 마음이 들었던 거였다.
이제는 뻔뻔해진건지 렌즈끼는 게 불편하지 않다.
아니면 내가 바라보는 것들에 대해서 ─안경렌즈처럼 나를 대상과 좀 더 분리시키던 장치를 없앰으로써─ 좀 더 솔직하고 적극적이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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