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록을 통해서 서울을 들여다보고, 서울에 대해 성찰해 보고
궁극적으로 서울에 서울을 되돌려주자는 (심히 거창한) 의의로 기획된 서울사진축제
전시기간: 2010년 12월 20일 (월) ~ 2011년 1월 31일 (월)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및 남서울 분관
사당역 근처 시립미술관 분관에서 사진전을 보고 왔다
분관의 전시 주제는 '삶을 기억하라'
사진을 통해 기록되고 기념된 개개인의 순간들, 그것이 곧 역사의 단면들임을 말한다.
여러 주제의 전시들 중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두 가지 전시작;
먼저 지난 번에 moa에서도 전시되었던 장보윤의 <기억의 서: K의 슬라이드>
다른 주제의, 다른 맥락의 공간 속에서 마주한 사진들은
지난 번보다 훨씬 더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시 기획이라는 게, 큐레이터의 역할이라는 게
작가와 관객의 단순한 매개자의 기능을 넘어서는
감상의 무게를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하고 새삼 생각했다.
분관의 전시 주제는 '삶을 기억하라'
사진을 통해 기록되고 기념된 개개인의 순간들, 그것이 곧 역사의 단면들임을 말한다.
여러 주제의 전시들 중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두 가지 전시작;
먼저 지난 번에 moa에서도 전시되었던 장보윤의 <기억의 서: K의 슬라이드>
다른 주제의, 다른 맥락의 공간 속에서 마주한 사진들은
지난 번보다 훨씬 더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시 기획이라는 게, 큐레이터의 역할이라는 게
작가와 관객의 단순한 매개자의 기능을 넘어서는
감상의 무게를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하고 새삼 생각했다.
1
K's Room
기억의 서: K의 슬라이드
작가 장보윤은 버려진 사물에 대한 작업을 위해 용인의 빈집을 찾았다가
우연히 슬라이드 뭉치를 발견했다.
가지런히 정리된 채 버려진 그 필름들은 모두 한 남자가 1968년경 여행을 하면서 찍은 것들이었다.
이 필름과의 만남은 장보윤에게 우연 이상의 상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고,
결국 장보윤은 이 필름의 실제 주인공에게 K라는 가상의 이름을 붙여준 뒤
필름에 등장하는 장소로 직접 여행을 떠난다.
슬라이드에 적힌 장소와 등장 인물의 이름만을 단서로 삼아 필름 속의 장소를 여행하면서
장보윤은 사진 속 시간대의 K가 되어 일기를 쓰기도 하고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작가 자신에게 팩스를 보내기도 한다.
사진은 K의 것이되, 글은 K의 여행을 가장한 작가의 산물이 됨으로써
이 작업은 기억의 주체가 뒤섞이는 묘한 작업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킨, 또한 K의 기억과 작가의 기억을 중첩시킨 절묘한 구성을 통해
장보윤은 기억과 기억 밖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묻고 있다.
장보윤은 사진 속 시간대의 K가 되어 일기를 쓰기도 하고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작가 자신에게 팩스를 보내기도 한다.
사진은 K의 것이되, 글은 K의 여행을 가장한 작가의 산물이 됨으로써
이 작업은 기억의 주체가 뒤섞이는 묘한 작업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킨, 또한 K의 기억과 작가의 기억을 중첩시킨 절묘한 구성을 통해
장보윤은 기억과 기억 밖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묻고 있다.
( 작가 노트 중 )
나는 버려진 슬라이드에 적혀져 있는 니아가타와 오사카를
K가 40년 전에 갔던 같은 날짜와 같은 장소에 여행한다.
그 곳에서의 8박 9일 여행 중
나는 한국으로 마치 K가 보낸 것들인 마냥 '서신'- <K로부터의 서신-팩스>를 보낸다.
이 서신들의 내용은 K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K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익명의 사람들에게 '죽은 자들'이란 이름을 짓는다.
'죽은 자들'은 K가 과거에 사진을 찍은 인물들이고 K가 아는 누군가일 것이다.
나는 K가 찍은 인물사진들을 사진의 기록물, 재현의 것들로 여기지 않고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 과정 중에 그 인물들은 누군가의 초상 사진이 아닌 이미지로서 오브제로 작용하게 되고
그들은 '죽은 자들'이 되는 것이다. K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장소들은
나의 개입으로 인하여 영원히 채워지지 않은 기억들의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간극이 심화되어간다.
나는 버려진 슬라이드에 적혀져 있는 니아가타와 오사카를
K가 40년 전에 갔던 같은 날짜와 같은 장소에 여행한다.
그 곳에서의 8박 9일 여행 중
나는 한국으로 마치 K가 보낸 것들인 마냥 '서신'- <K로부터의 서신-팩스>를 보낸다.
이 서신들의 내용은 K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K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익명의 사람들에게 '죽은 자들'이란 이름을 짓는다.
'죽은 자들'은 K가 과거에 사진을 찍은 인물들이고 K가 아는 누군가일 것이다.
나는 K가 찍은 인물사진들을 사진의 기록물, 재현의 것들로 여기지 않고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 과정 중에 그 인물들은 누군가의 초상 사진이 아닌 이미지로서 오브제로 작용하게 되고
그들은 '죽은 자들'이 되는 것이다. K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장소들은
나의 개입으로 인하여 영원히 채워지지 않은 기억들의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간극이 심화되어간다.
타인의 과거 기억은 나의 '개입'으로 인하여 과거의 온전한 것들이 아닌 것들로 변형된다.
K가 기록했던 날짜와 구체적 사실들은 나로 인하여
과거의 온전한 기억을 불러올 수 있는 단서들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도록 한다.
나는 기억과 기억 밖의 것들 모두 우리가 존재하는 근거를 대변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억과 기억 밖의 것들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기억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것들의 모호함과 환영 속에서 섞이면서 기억과 망각 사이에 존재한다.
2
흥미롭게 보았던 또 다른 전시작 <동두천 사진관>
동두천 사진관
사진가 김영석은 2001년부터 3년 동안 동두천 일대의 사진관에서 버려진 사진을 수집해왔다.
사진관이 버리려는 사진이란,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사진이라기보다는
촬영할 때 초점이 맞지 않았거나 현상과 인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B컷들이다.
특히나 미군 부대가 주둔한 동두천의 특성상 이 B컷 속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담겨 있다.
평범한 가정집 내부부터 미군을 상대로 한 술집, 군인들의 휴가 모습까지
이 사진들은 일종의 훔쳐보기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만났을 때, 주거 지역과 군사 지역이 섞였을 때,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흡수하는지에 대한 시각적 보고서처럼 보인다.
마치 의도하고 촬영한 듯한 초현실적 느낌의 B컷과 미군들의 사진관 초상사진을 통해
현실 문화의 의미심장한 단면을 조명하고 있다.
p.s.
누군가의 삶,의 흐름의 한 순간이
한 조각의 사진으로 저장된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굉장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스르르 사라져서 공중으로 분해되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우리의 하루하루,의 일부가 사진으로 기록되면서,
그 기록의 순간만은 영원성을 지니게 된다.
보통의 시간보다 더 특별하게, 어떤 의미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 채로.
전시 작품들 자체는 참 소소했지만
사진들을 둘러보면서
'사진'이 갖는 소중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힘,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자주자주 사진기를 지니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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