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다녀온 하동 가족 여행. 사진을 근거로 더듬더듬 기억을 떠올려본다.
최근 순서대로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여행 마지막 코스였던 '쌍계명차' 소개부터 하게 되었다. 큰 기대 없이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찻집을 들른 것이었는데, 차도 맛있고 메뉴도 다양하거니와 인테리어도 예뻤다. 그리고 이렇게 찻집 뒤에 근사한 차밭이 펼쳐져 있어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동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쌍화차와 마들렌, 녹차를 주문했다. 특히 녹차가 정말 맛있었다. 평소에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감흥 없이 마시는 떫은 녹차 맛과는 전혀 달랐다. 깔끔하고 깊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하동에서 묵은 펜션은 시설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계곡 근처에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계곡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계곡 위쪽으로 갈수록 물이 맑다고 하는데 우리는 자동차를 끌고 여행을 온 게 아니다보니 택시비 부담도 덜고 시간도 절약하고자 피아골 계곡 아래쪽의 저렴한 펜션을 선택했다.
국내 여행에서 사찰 탐방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것 같다. 하동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절 쌍계사를 구경했다.
이번 하동 여행에서 쌍계명차와 더불어 가장 좋았던 곳은 드라마 [최참판댁] 촬영지였다. 녹음이 우거진 풍경과 아름다온 한옥들, 멀리 펼쳐진 아름다운 하동의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고 산책 코스도 훌륭한 곳이었다.
하동 여행 내내 날씨는 조금 흐렸고 간간히 비가 오기도 했는데, 너무 쨍쨍한 햇빛이 내리쬐는 것보다 여행하기에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흐린 날씨와 어우러지는 피아골의 풍경은 운치가 있었다.
이번 여행은 위암 수술 이후 아빠가 건강을 찾은 것을 기념하고 늦게나마 아빠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고자 추진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먹고 싶은 메뉴나 요리하는 방법부터 취향의 차이, 관심사와 가치관도 너무나 다른 아빠와 여행 내내 투닥거리며 싸웠고 다녀와서는 당분간은 가족 여행을 가지 말자고 결심할 정도로 지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여행의 주인공은 아빠였는데, 내 생각과 내 취향을 고집하면서 기어이 싸움을 자초했던 나도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것이다.
다음에 가족 여행을 갈 땐 이 여행의 주인공이 아빠라는 점을 잊지 않고, 아빠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겠다. 그래야 시간이 더 흐른뒤 여행을 기억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테지. 이제 다시 아빠와의 여행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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