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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좋은 곳에서 만나요

유연하고단단하게 2024. 5. 17. 22:23


희재와 엄마 가운데로 고개를 내밀었다. 넘실거리며 끝없이 흐르는 넓은 강 위로 초여름의 부드러운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테두리를 둘러 띄워놓은 부표마다 갈매기들이 하나씩 앉아 몸을 부풀렸다. 이제 막 푸르러지기 시작한 강변의 나무들과 강 건너에 선 크고 작은 건물들, 멀리 다리 위를 지나는 차들까지 이미 수백수천 번을 본 풍경이지만 특별하게 새롭고 아름다웠다. 저기 좀 봐, 멋있지. 나는 희재와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말하고 나니 그제야 예전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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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좋은 곳에서 만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