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기억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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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이건 생성되려면 반드시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쇼핑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주차 구역이 어디인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나중에 차를 찾느라 애를 먹겠지만 이것은 주차한 위치를 잊어서가 아니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하면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주차 위치에 대한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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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여름 밤 생각나? 굴이랑 스모어를 먹으면서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었잖아. 애들이 해변에서 축구를 했는데 막내 수지가 해파리에 쏘였었지”라는 기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각의 경험에 대응해 서로 무관하게 일어나던 신경 활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후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 구조가 변화하면서 이 패턴은 지속성을 갖게 된다. 이제 새로 형성된 신경회로가 점화되면 영구적으로 달라진 신경 배선과 연결 구조를 재경험, 즉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이 기억이다.
기억은 기본적으로 4단계를 거쳐 형성된다. 첫 번째, 부호화encoding 단계에서는 뇌가 인식하고 집중한 대상으로부터 시각 신호, 소리, 정보, 감정, 의미를 포착하고 이 모두를 신경 신호로 변환한다. 두 번째, 강화consolidation 단계에서는 뇌가 이전까지 서로 무관하던 신경 활동들을 서로 연관성을 갖는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한다. 이렇게 연결된 패턴은 세 번째 저장storage 단계를 거치면서 신경세포들이 영구적인 구조 변화와 화학 변화를 겪으면서 지속성을 얻는다. 그런 다음 마지막 인출retrieval 단계에서 연결된 패턴을 활성화할 때마다 이전에 학습하고 경험한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회상하고, 알고, 인지할 수 있게 된다.
해마Hippocampus는 기억들을 하나로 묶는다. 기억을 직조하는 직공인 셈이다. 무슨 일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고, 그 의미는 무엇이며, 나는 그것을 어떻게 느꼈는가? 해마는 뇌의 여러 부분에 흩어져 있는 이 모든 개별 정보들을 한데 모아 나중에 한꺼번에 다시 불러올 수 있도록 하나의 연관된 데이터 단위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 단위, 즉 신경 네트워크는 적절한 자극을 받으면 기억이라는 형태로 경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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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최초로 어떤 사건이나 정보를 경험했을 때 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신경세포들이 자극에 활성화된 패턴으로 저장된다. 어제 저녁에 먹은 음식을 기억하려면 그 음식에 대한 최초의 경험을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처리한 바로 그 신경세포들이 뇌 곳곳에서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억은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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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기억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지(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와 주의집중이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다. 부주의는 뇌 활동의 기본 설정 값이다. 부주의한 뇌는 멍하니 있고, 딴생각을 하고, 지금껏 하던 일을 그저 기계적으로 되풀이한다. 의식의 배후에는 끊임없이 흐르는 생각들이 가득하다. 이 상태로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없다. 뭔가를 기억하고 싶으면 스위치를 켜서 뇌를 깨우고 각성시켜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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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기억을 강화하는 기법 : 반복, 시간 간격을 두고 나누어 암기하기, 자가 테스트, 의미 부여, 시간 공간적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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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공부한다면 조금씩 나눠서 외우는 편이 벼락치기보다 유리하다. 기억의 간격효과spacing effect 때문이다. 기억할 정보를 일정 시간에 걸쳐 간격을 두고 외우면 그 내용이 해마에서 완전히 강화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이렇게 나눠서 외우면 자신이 잘 기억하고 있는지 검증해보기도 쉽기 때문에 암기한 내용이 매우 강력한 회로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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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정보를 뇌에 강하게 심는 과정과 뇌에서 정보를 꺼내오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학습하고 떠올려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효과적으로 학습하려면 습득하려는 정보에 뇌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물론, 학습한 정보를 반복해서 꺼내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 묻고 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8 곱하기 3이 24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되뇌기만 할 것이 아니라 ‘8 곱하기 3이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질문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답을 맞히면 학습한 정보를 인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신경세포 간에 형성된 경로가 한 번 더 활성화되고 강화되기 때문에 기억이 더욱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반복해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반복해서 읽기만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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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지루하거나 무의미한 것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되게 해야 한다. 의미의 부여는 기억술mnemonic(무의미한 소재, 서로 관련이 적은 낱말이나 문장 등 기억해야 할 대상을 평소 잘 알고 있는 것이나 습관적인 배열 등과 연관 지어 의미 부여 함으로써 쉽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방법 — 옮긴이)의 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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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평범한 대상을 기억하는 데 써먹을 수 있는 기법이 있다. 바로 장소기억법 혹은 기억의 궁전mind palace이라는 방식이다.
어디에 먹을 것이 있고, 어디가 숨기에 좋고, 안전한 보금자리로 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은 선사시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였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지화하고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기억의 궁전을 이용하면 시각과 공간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우리의 타고난 초능력을 발휘해 기억해야 할 대상을 물리적 장소들과 연상으로 묶을 수 있다. 물리적 장소들이 반드시 궁전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장소여야 한다.
가령 집이 기억의 궁전이라면, 집 안의 동선을 따라 여섯 개의 장소, 즉 기억 보관 지점을 정해 시각적으로 떠올린다. 내 동선은 우편함, 현관 앞, 현관 벤치, 부엌 조리대, 오븐, 싱크대의 순서다. 어떤 장소를 선택해도 상관없지만 평소 실제 이동 순서와 동일한 순서로 배치되어 있고 쉽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장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외부 장치의 도움 없이 달걀, 바나나, 아보카도, 베이글, 치약, 화장지 등 여섯 가지 물건을 기억했다가 사 와야 한다. 마음속으로 달걀은 우편함에, 바나나는 현관 앞에, 아보카도는 현관 벤치 위에, 베이글은 부엌 조리대 위에, 치약은 오븐에, 화장지는 싱크대 안에 둔다. 오후에 마트에 간 나는 마음속으로 기억의 궁전 안을 걷는다. 머릿속으로 내 집 내부를 떠올리며 물건을 놓아둔 장소를 차례로 방문한다. 우편함을 열면 그 안에는 달걀이, 현관 앞에는 바나나가 차례차례 마음의 눈에 보인다.
기억의 궁전은 정보를 시각적 형상과 장소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부호화한다. 고도로 진화한 인간의 뇌는 시각 공간적 형상화를 즐기고 이 기법을 낚싯바늘처럼 활용해 기억해야 할 정보를 능숙하게 낚아 올릴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순서대로 기억하는 것도 가능하다.
Part 2. 망각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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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질에서 한 번씩 끄집어낼 때마다 보관되어 있던 일화기억은 쉽게 변질되고, 우리는 꺼내온 기억 위에 새로 편집된 기억, 온갖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된 기억을 덮어씌운 다음 다시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Part 3. 기억의 숲을 가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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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신경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베타 아밀로이드Aβ, Amyloid beta라는 단백질이 시냅스에 찌꺼기를 형성하면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아주 초기 단계의 환자에게는 자각 증상이 없다. 그렉도 수년 전 이 단계일 때는 어떠한 특이 증상도 경험하지 않았다. 겉보기에 무해한 아밀로이드 찌꺼기가 15년에서 20년에 걸쳐 쌓여가다가 어느 날 한계에 도달하면 분자구조가 무너지고 얽히면서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세포가 죽고 기억이 비정상적으로 소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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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낮잠을 잔 사람들은 수행능력이 더욱 향상되어 처음보다 23퍼센트 향상되었다. 낮잠을 자지 않은 사람들은 수행능력이 24퍼센트 향상되어 낮잠을 잤던 사람들을 따라잡았다. 따라서 낮 동안의 수행능력만을 평가한다면 낮잠을 잔 사람들이 더 유리하지만, 하룻밤의 숙면에서 얻는 이점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많은 연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떨어졌다. 단 이것은 낮잠을 자지 않는 경우였다. 그렇다면 낮잠은 어떻게 새로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걸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가설이 있다. 피질과는 달리 해마의 저장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하느라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외워야 한다고 가정하자. 이론적으로 우리는 해마의 한계치까지 정보를 채울 수 있다. 따라서 낮잠을 자는 동안 새롭게 만들어진 기억의 극히 일부라도 강화해놓으면 새로운 기억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낮잠은 이미 배운 것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배울 내용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낮잠은 얼마나 자야 할까? 20분이면 기억을 강화하는 낮잠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면서 한낮에 너무 오래 자고 나서 느끼는 무기력감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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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충분한 잠이 기억에 꼭 필요한 슈퍼히어로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얘기다. 수면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대다수의 신경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 퇴적물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뇌의 청소부라고 불리는 신경교세포가 아밀로이드의 청소와 대사를 맡는다. 신경교세포는 뇌의 폐수 처리와 위생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깨어서 바쁘게 활동하는 동안 시냅스에 대사 잔해들이 쌓이는데,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교세포가 이 잔해들을 청소한다. 숙면은 뇌의 대청소 시간인 셈이다. 특히 우리가 밤에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교세포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바로 아밀로이드의 처리다.
그렇다면 짧고 깊게 자면 어떨까? 시간이 부족해 신경교세포가 청소작업을 끝내지 못하고, 어제의 아밀로이드가 시냅스에 남아 있는 상태로 잠에서 깨게 된다. 아밀로이드 숙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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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매일 밤 일곱 시간에서 아홉 시간을 자도록 진화했다. 이보다 적게 자면 심혈관계와 면역계의 기능 저하, 정신 건강과 기억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 내용을 가볍게 읽고 지나가거나, 하루 대여섯 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냥 내 말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잠과 건강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여러 과학 실험들이 분명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매일 밤 우리는 잠을 자는 과정을 통해 암, 심장병, 감염병, 정신질환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뇌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기관계는 잠을 충분히 잘수록 건강해지는 반면, 잠이 부족하면 건강과 기억력은 심각하게 손상된다. 하룻밤에 일곱 시간에서 아홉 시간의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잠을 못 잔 다음 날은 물론 평생에 걸쳐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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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식 식단이나 MIND 식단이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을 3분의 1 내지 절반 가량 줄여준다는 것이 몇몇 연구를 통해 확실히 알려졌다. 지중해식 식단과 MIND 식단은 모두 녹색 채소, 밝은 색의 베리, 견과, 올리브오일, 통곡물, 콩, (특히 우리 몸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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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빠르게 걷기만 해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50퍼센트 줄이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거나 인지 활동이 부족하면 뇌가 줄어든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변이 APOE4를 하나만 보유한 노인의 해마 크기는 1년 반 만에 3퍼센트 감소했다. 단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경우에만 말이다. 운동을 한 경우 해마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해마의 크기가 작아진다. 뇌가 작은 사람은 뇌가 큰 사람에 비해 기억력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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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기억 손실을 예방하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다. 알츠하이머병 증상들의 궁극적 원인은 시냅스 손실이다. 그리고 시냅스의 개수는 늘 유동적이다. 신경가소성에 의해 시냅스는 늘 새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새로운 신경연결,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되고 강화된다.
75세 이상 수녀 678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진행된 한 연구에서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퇴적물이 쌓이고 엉키는 등 뇌의 상태로는 알츠하이머병이 확실한데도 생전에 알츠하이머병의 행동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수녀들이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인지적 비축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온전히 기능할 수 있는 시냅스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규교육을 오래 받고, 지식 정도가 높고, 정기적으로 사회적·정신적 자극을 받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인지적 비축분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신경연결이 풍부하고 따라서 여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즉 알츠하이머병으로 일부 시냅스가 손상되더라도 예비 혹은 대안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알츠하이머병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도 아직 손상되지 않은 신경경로로 우회함으로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예비 경로, 즉 인지적 비축분은 새로운 것을 학습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있다. 시각, 청각, 연상, 감정을 모두 자극할 수 있도록 최대한 풍부한 의미를 내포한 것들을 학습하는 것이 좋다.
이미 학습한 정보를 단순히 인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식의 정신 활동은 오래 전부터 익숙한 거리를 여행하고, 이미 알고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새로운 신경경로를 만들고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할 힘이 있는 뇌를 만드는 인지자극이란 피아노를 배우고, 새 친구를 사귀고, 안 가본 도시를 여행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아니면 이 책을 읽거나.
부록 : 기억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
1. 주의를 기울인다. 애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기억할 수 없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들을 줄인다. 멀티태스킹을 그만둔다. 기억하고 싶은 대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 눈 앞에 있는 감각, 감정 사실정보에 온전히 몰두한다.
2. 본다. 기억하고 싶은 정보를 시각화하면 신경세포가 추가로 연결된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글로 쓰려면 한 글자 한 글자 대문자로 쓰거나 분홍색 형광펜으로 강조하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그래프나 그림을 첨가한다. 눈만 감아도 머릿속에 떠오르도록 기억할 대상을 형상화한다.
3. 의미를 부여한다.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들과 연관시킨다. 기억하려는 정보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
4. 상상력을 동원한다.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창의적인 시각 이미지를 동원해보자. 기괴하고 예측을 벗어나고 역겹고 섹시하고 선명하고 웃기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요소를 기억하려는 대상에 첨가하면 기억에 착 달라붙는다. 시각 이미지가 터무니없고 특이할수록 훨씬 기억에 남을 것이다.
5. 공간을 활용한다. 괴상한 이미지를 만들었으면 이제 그 이미지를 마음 속 공간에 갖다 두자. 뇌는 공간적 배열을 기억하는 데 능하다.
6. 나와 연관시킨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자신이 한 일을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나 다른 사람이 한 일보다 더 잘 기억한다. 학습한 것을 나의 개인적인 정보와 연관시키자. 기억할 대상을 나의 개인사, 의견 등과 연관시킴으로써 기억을 강화할 수 있다. 기억하려는 대상에게 나와 관련된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7. 극적으로 연출한다. 감정과 의외성 새로운 기억강화를 돕는 강력한 요소다.
8. 변화를 준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뻔한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을 잘 기억하고 싶다면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9. 연습하면 완벽하게 잘 할 수 있다. 반복하고 되뇌면 기억은 강화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번 떠올릴 때마다 강화될지 모르지만, 동시에 매번 달라지기도 한다.
10. 다양한 단서를 활용한다. 적절한 단서는 수십년 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기억을 자극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특정 기억이 떠오를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해당 기억을 활성화할 강력한 신경경로를 다양하게 생성해야 한다. 하루 중 특정 시간대, 알약 케이스, 현관문 앞에 놓아둔 콘서트 티켓,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말하는 말을 탄 쿠키몬스터, 세제 냄새.
11.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노화에 대해 부정적 단어들, 예컨대 '노쇠한', '노망난', '온전치 못한', '기력 없는' 등의 단어를 미리 접한 노인들은 긍정적 단어들, 즉 '현명한', '원숙한', '활동적인', '경험이 많은' 등의 단어를 접한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보다 기억능력과 신체능력 테스트에서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억도 자존감이 높을 때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12.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앞으로 하려는 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들은 메모, 알약케이스, 일정관리 앱, 접착 메모지 등을 비롯해 기억을 일깨우는 다양한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인공지능과 인지과학 전문가인 톰 그루버는 "기억을 외부장치로 확장한다고 해서 기억을 잃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13. 맥락이 중요하다. 기억이 형성될 때의 내적, 외적 조건들와 동일한 상황에서 기억을 인출하면 더 쉽고 신속하고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다. 프라푸치노를 마시면서 시험 공부를 했다면 시험을 볼 때도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이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14.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요가, 명상, 운동, 마음챙김 수행, 감사, 공감 등으로 우리는 뇌의 스트레스 민감도를 줄이고 스트레스에 대한 도피 반응을 억제하고 만성적이고 유해한 스트레스에 직면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15. 충분히 잔다. 오늘 하루 동안 생성된 새로운 기억이 최적의 장기기억으로 강화되게 하려면 오늘 밤 일곱 시간에서 아홉 시간 숙면을 취해야 한다. 충분한 잠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줄인다.
16.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고유 명사를 일반 명사화한다. 직업명 베이커와 고유명사 베이커의 역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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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제노바, <기억의 뇌과학> 중에서
( 추천지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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