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할머니가 파는 떡을 샀다. 할머니는 어이구 고맙습니다 하면서 떡을 건넸다.
선생님께서는 울컥 화가 치밀었고 또 슬퍼지셨다.
왜 저 할머니는 나에게 굽신대고 나는 저 할머니를 굽신대게 만들었는가.
왜 인간의 제일 비굴하고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는가.
선행은 많은 경우 상대방의 자존심을 빼앗고, 나의 (이미 가진) 힘을 정당화하고,
나를 만족시키는 데서 끝난다.
예전에 수업시간에 '거지에게 돈을 주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장애인들, 선글라스를 끼거나 눈을 감고 찬송가를 틀어놓은 채 몇개 안 되는 동전이 든 바구니를 들고 칸칸이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어 돈을 주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그런 기부라는 것은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사회적 우위에 있음을 자기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면서 자기 만족을 얻는 (덧붙여 나는 제법 도덕적이고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도취감까지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행위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들레르는 차라리 가난한 거지를 때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나는 그저 단순히 자기중심적이게 되었거나, 합리적인 사회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냉소적이게 된 것 뿐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단호하게 부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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