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이 많아져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잠을 잘 못자니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잠자리에 들면 떠오르는 생각들 :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 내가 잘해서 인정받은 일. 뿌듯하고 우쭐했던 감정. 잘한 일은 상상 속에서 더 부풀려지고 나는 더욱 대단한 사람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한 모든 일을 온전히 인정받고야 만다.
그리고 잘못한 일도 떠오른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일. 실수한 것. 그 때의 상황.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낸 생채기가 나를 동일한 통증으로 괴롭힌다.
현실을 보정하고 왜곡하는 이런 상상들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내 잠을 방해하고 컨디션을 떨어트리고 몸과 마음을 약해지게 할 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일텐데.
좋아하던 트렌치코트의 허리끈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리끈 없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습이 허리끈이 있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허리끈 없는 트렌치 핏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디에서 같은 색과 질감의 벨트를 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코트를 사야할지 고민하면서 코트를 옷장에 넣어둔 채 입지 못한다. 어쩌면 내가 퇴근 후에 잠 못드는 일도 그와 비슷한 이치인 것 같다.
인생은 끈을 잃어버려 어정쩡해진 트렌치코트를 입고 살아가는 것이고, 완벽한 코트를 입은 내 모습을 이불 덮고 상상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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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을 해소하고 싶다면 차라리 새로운 트렌치코트를 사거나, 아니면 얼굴과 몸매로 2% 부족한 코트를 꽤 멋지게 소화해버리는!
삶을 살아가는 건강하고 멋진 애티튜드야말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매력이자 무기가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