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던 토요일. 그래도 해야할 일이 있고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연기해보지만 뿜어져 나오는 악취를 감출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배적이고 독단적인 성향 탓인지 나는 모든 상황이 예상과 통제 하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삶의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그동안 충분한 실패와 고통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다. 한동안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군데군데 생겨나는 얼룩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겸손을 잃고 자만한다. 그러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외부적 충격이 발생하면 내구성이 약한 나의 일상은 금세 휘청거린다. 중심을 잡아보려 애쓰지만 파동은 걷잡을 수 없다. 결국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다시 잘못된 기대, 헛된 노력, 무너져내림의 반복. 그래도 이렇게 일기를 쓰고 상황을 정리하고 반성을 함으로써 마음이 조금 더 빨리 정화되기를 바래본다. 상처가 곪는 대신 딱지가 앉기를. 여린 생살이 돋아나기보다는 차라리 더 단단한 굳은 살을 얻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