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후 예약해 둔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편안한 오후 되세요, 라는 마지막 문장이 왠지 마음에 따뜻하게 가라앉는다. 그렇지. 죄책감 없는 편안한 일상으로 복귀해야지.
이번 주 월요일 수요일 붉게 달아오른 피곤한 얼굴을 드러내기 부끄러워 점심시간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왔다. 몇 정거장 떨어진 카페에 들어와 그나마 속을 다스려줄 수 있을만한 음식을 골랐다. 지금의 나는 GS25의 검은색 비닐봉지, 생크림과 단팥이 무겁게 들어간 빵의 냄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껍다. 이 부끄럽고 패배적인 기분을 도대체 언제까지 경험할 작정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