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70218

유연하고단단하게 2017. 2. 19. 14:49

 

 

내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생각한다. 나는 왜 나 스스로를 이렇게 망가뜨려야 했나. 나는 닳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연민과 혐오의 감정을 곰곰이 헤아려본다.

모든 일은 한 순간에 갑자기 잘못되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복선이라는 게 있다. 작은 일이 조금씩 어긋나고, 간과하다 더 큰 사고를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진단할 수는 있지만 치료할 수는 없다. 고삐를 쥔 손에 힘을 푸는 순간 멈출 수가 없어진다. 나는 후회할 걸 알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파괴적인 순간들이 반복적으로 하루를 갉아먹고 주말을 잠식하고 몇 년 간의 세월을 허송으로 만들어 버린다.

스무살 언저리의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누운 채 골반 뼈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버스 손잡이를 잡으면 드러나는 가느다란 손목을 좋아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팔다리를 모조리 드러내는 눈부신 여름이 좋았다. 나는 불행하다가도 거울을 보면 행복해졌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나는 일찍 취직했다. 그것에 딱히 후회는 없다. 그 때 내가 해야 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니까. 대신 퇴근하면서 빵을 몇 봉지씩 사와서 남기지 않고 뜯어먹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본다. 내 얼굴과 몸 어디에도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나를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여기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가장 연약하고 힘 없는 순간에는 내게 가장 쉬운 선택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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