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금요일
나는 아버지한테
"저어 아버지,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전부터 그것이 무척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한 뒤에,
"사람은 죽으면 말이 표를 파는 세계로 가서,
거기에서 말한테서 표를 사서 전차를 타고,
도시락을 먹지.
도시락에는 어묵과 다시마 말이와 양배추 다진 것이 들어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얘기에 대해서 한참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왜 죽은 뒤에 어묵과 다시마 말이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다같이 특초밥을 주문해서 먹었었거든요.
그런데 어째서 죽은 사람은 어묵과 다시마 말이와 양배추 밖에 먹을 수 없는 것일까요?
그런 것은 불공평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버지는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묵과 다시마 말이와 양배추가 먹고 싶어지는 법이란다. 그런 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떻게 돼요? 도시락을 먹고 난 뒤에는?"
내가 물어보았습니다.
"전차가 종점에 도착하면 거기에서 내리지.
그리고 또 다른 말한테서 다른 표를 사가지고 다른 전차를 타지."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또 어묵과 다시마 말이와 양배추 도시락을 먹게 되나요?"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질렀습니다.
나는 더이상 어묵하고 다시마 말이하고 양배추 따위는 보고싶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한테 혀를 내밀고,
"흥, 그런 거 나는 안 먹을 거라구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가만히 나를 노려보았습니다.
그것은 이미 아버지가 아니라 말이었습니다.
그 아버지말은 손에 표를 들고 있었습니다.
"히힝, 그렇게 떼쓰는게 아니야.
너는 이 표를 나한테서 사서 전차를 타고,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어묵과 다시마 말이와 양배추 다진 것을 먹어야 한다고. 히힝 히힝."
나는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엉엉 울었습니다.
한참 지나자, 아버지는 말에서 다시 아버지로 돌아왔습니다.
"자, 울지마. 이제부터 둘이서 맥도날드에 햄버거 먹으러 가자."
아버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겨우 울음을 그쳤습니다.
무라카미하루키, '밤의 원숭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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