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중인 세계미술거장전
계속 벼르고 있다가 8월 말까지는 꼭 보러 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동기 한 명과 불쑥 약속을 잡고선 시청역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 전시회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인상파에서 팝아트까지 판화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를 뒤늦게 발견했다.
특별히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시전 제목을 단순히 '세계미술거장전'으로 붙여 놓은 데에는 무언가
판화작품들이라는 점을 교묘하게 숨기려는듯한 의도가 있는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전시는 희소성이라는 가치만으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닐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청역에서 내려 많이 걸어서 도착한 세종문화회관
친구는 두시부터 진행된 작품 설명을 들으며 큐레이터와 동행했고
나는 설명을 듣는 대신 자유롭게 혼자서 작품을 감상하기를 택했다.
이론적인 설명을 부가하여 작품을 접한다면 더 잘 알 수는 있을테지만
아는 것과 보고 느끼는 것은 이성과 감성, 논리와 비논리 사이에
어떤 경계가 놓여있는 것처럼 분명히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특히 인상파 화가나 팝아트와 같은 장르의 작품일수록 더욱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물론 그냥 앎에 대한 게으름을 정당화시키는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살바도르 달리는 최고! 였고
마티스의 자유롭고 가벼운 필체는 경쾌하면서도, 동시에 감성의 진중한 무게를 싣고 있었고
호안 미로는 공감하기엔 좀 난해한 느낌이었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가장 깊은 인상을 새겨주었다.
전시회에 다녀오길 잘했다.
날씨가 굉장히 좋았던 덕분에 그런 만족스러운 기분이 되었던 것일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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