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유연하고단단하게 2010. 12. 1. 20:09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제 2의 자신, 밖에서 본 자신이라는 존재를 완성해 간다.
사람은 보이는 것, 연기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소설, 드라마, 게임. 전에 없을 정도로 허구가 소비되고 있는 이 시대, 자신을 허구 안의 등장인물로 간주하는 것이 큰 오락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일찍이 그것은 은밀한 재미였다.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함으로써 사람들은 타인의 인생을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당당하게 타인이 되기를 원한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예전의 대스타에서 자신과 비슷한 타입의 사람으로 바뀌면서부터 자기도 히로인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무대인 도회지를 보라. 아오야마, 긴자, 롯폰기. 젊은 여자들을 비롯하여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꾸 거리는 투명해지고 있다. 상점 벽은 유리가 되고 이윽고 그것조차 걷어낸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 길을 가는 사람들 앞에서 대화를 나눈다. 거리 자체가 무대가 된 것이다.
 반대로 배우가 모이는 곳에 관객도 모인다. '보는' 것만이 목적이고, 대상에 몰입하여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자꾸 불투명해진다. 벽을 만들고 창을 막고 안을 개인 공간으로 만든다. 풍속업소나 이른바 마니아들이 모이는 가부키초나 아키하바라가 바로 그 상징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특정다수의 완전한 타인이 많이 존재하는 도시 지역으로 한정된다. '보는' 측도 '보이는' 측도 전혀 낯선 타인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봄으로써 소비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보임으로써 소비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는 언제 어느 때 뒤바꿔도 이상하지 않다. 밖에서 감상하는 눈과 안에서 감상당하는 눈을 가진 현대인은 그 두 가지 눈으로 항상 분열된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온다 리쿠,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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