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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스페인 여행 : 세비야

유연하고단단하게 2024. 1. 2. 19:40

 

23/12/24 여행 1일차 : 스페인에 도착하다


뮌헨행 비행기를 탑승하고 이코노미석 좌석에 갇혀 기나긴 사육이 이어졌다. 그나마 의자 간격이 좀 더 넉넉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한 덕분에 일반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편하게 13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기내식은 가는 날에는 닭고기스튜와 파스타가 나왔는데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돌아오는 날에 나온 카레, 와플가 더 맛있긴 했다).
뮌헨에서 긴박하고도 무사히 환승을 하고 두어시간을 더 비행한 끝에 마침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버스와 택시를 거쳐서 산츠역 근처의 액타시티 호텔로 이동했다. 객실은 작았지만 1박용이라 생각하니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객실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던 중 헤어드라이기가 망가졌다. 약간 스트레스를 받을 뻔 했지만 리셉션 데스크에 얘기하니 바로 다른 여분의 드라이기를 빌려주었다.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지레 겁먹지 않고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면 불편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은 경험이었다. 





23/12/25 여행 2일차 : 기차를 타고 세비야로


바르셀로나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아침.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휴일이었던 탓에 문 연 곳이 많지 않았다. 유럽 버전의 김밥천국 체인점이라는 365에서 아침을 먹었다. 하몽치즈가 들어간 바게트와 참치 샌드위치와 카페라떼. 빵은 딱딱하고 식어서 맛이 없었지만 샌드위치와 커피는 나쁘지 않았다.


기차역에서 교통권인 T Casual을 사고 시험삼아 지하철을 타고 카탈루냐 광장 근처의 람블라다 거리에 가보았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상점과 노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있어서 이른 아침 명동 거리를 걷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한적한 골목들을 여기저기 걸으며 산책하는 게 좋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산츠역에서 간단한 간식 거리를 사서 IRYO 열차를 탑승했다. 긴 비행을 끝내고 다시 6시간의 기차를 탑승하니 몸이 고됐다. 그래도 여행 이틀차의 설렘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IRYO 일등석에서 제공된 돼지 고기 스튜.


세비야 호텔에 도착해서는 피로와 긴장감이 누적되었던 탓인지 남자친구가 호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다. 자칫 발목을 잘못 삐끗했다면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하는 상황. 상태를 보고 병원에 가거나, 아니면 남은 일정을 취소해도 괜찮다고 달래주었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같이 병원에 가보자'는 말보다 '내일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이 더 적절한 위로였을꺼란 생각을 뒤늦게 했다. 게다가 돼지고기 볼살 스테이크와 쉐프 추천 파스타는 그닥 맛이 있지 않았다. 우리 나라에서 요리할 때 잡내를 잡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육류 조리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23/12/26 여행 3일차 : 화려함의 극치, 세비야 대성당

아침 일찍 마트에서 장도 볼 겸 숙소 근처를 산책했다 (다행히 남자친구 발목 상태가 괜찮았다). 알록달록 이국적인 세비야의 작은 건물들을 구경하며 골목들을 걸었다.


세비야 첫날 일정으로 세비야 대성당을 갔다. 외부도 멋있었지만 내부는 훨씬 더 어마어마했다. 금과 은, 진주로 만들어진 조각품과 온갖 회화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고 천장과 창문, 바닥까지 모든 곳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만난 곳들 중에서 세비야 대성당이 가장 화려했던 것 같다.


점심으로는 Senora Pan에서 크로켓, 연어 스테이크, 에그 트러플 파스타를 먹었다. 모두 무난하게 맛있었다. 스페인 음식들이 한국인 입맛에는 상당히 짜다고 하는데 나는 워낙 간을 강하게 해 먹는 습관이 있어서 크게 짜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서 조금 쉬다가 황금의 탑과 강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강변을 따라 쭉 걸었다. 햇빛이 강해 눈이 부셔서 건너편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그치만 사진은 예쁘게 잘 나왔다.


이사벨 2세 다리까지 쭉 걸은 후 투우장에 갔다. 넓고 웅장한 경기장을 구경하러 간 것이었는데 입장료도 내야 하고 투우 관련 전시까지 관람할 생각은 없었던지라 그냥 나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골목을 걸으며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도 먹고, 꿀을 입힌 견과류도 시식해 보았다. 숙소 근처 광장에서 츄러스도 사먹었다. 그렇게 먹으니 배가 너무 불렀다. 그래서 저녁으로는 간단히 Five Guys에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세비야의 낮은 고풍스러우면서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느낌이었다면, 밤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들이 빛을 발하며 좁은 골목의 인상을 압도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낮보다 훨씬 많았다. 유럽은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Five Guys의 베이컨 햄버거와 땅콩 기름에 튀겨낸 프렌치 프라이를 먹고 메트로폴 파라솔을 구경하러 갔다. 숙소 근처에 있어서 설렁설렁 다녀올 수 있었다. 곡선의 형태와 형형색색의 LED가 예상했던대로 동대문의 DDP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23/12/27 여행 4일차 : 아름다운 세비야의 오래된 집과 정원들


세비야에서 맞이한 이튿날 아침. 필라토스의 집과 두에냐스 궁전에 가보았다. 예전 귀족들이 살았던 저택으로 이슬람 양식의 아치문과 타일 장식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집이었다. 분수와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 곳들이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점심으로 중국 음식점에 가서 소고기 편육과 우육면과 돼지고기볶음을 먹었다. 짜고 매워서 밥까지 추가해서 먹었더니 배가 엄청 불렀다.


오후에는 스페인 광장에 갔다. 기타나 전자피아노 연주를 하는 분들이 곳곳에 있어서 광장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혼자 갔더라면 좀 더 여유롭게 음악을 듣고 동전으로 답례도 했을 것 같다. 


저녁으로는 스페인 전통 간식인 엔칠라다를 여러가지 사와서 먹었다. 조금 쉬다가 미리 예약해 두었던 플라멩고 공연을 보러 갔다.


플라멩고 공연은 다소 난해해서 즐기기에는 어려웠다. 다만 스페인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관람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온 거리에 가득했다. 피로와 불빛들에 취해 살짝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인파를 헤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22/12/28 여행 5일차: 그라나다의 미니 버전, 알카사르 궁전


세비야 셋째날. 아침 일찍 알카사르를 보러 갔다.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궁전의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와 외부 정원을 구경했다. 오디오투어의 순서대로 차근차근 이동하고 싶었는데 남자친구는 설명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편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고, 남자친구는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보고 정해진 시간에 만나는 식으로 따로 관람했다면 둘 다 좀 더 만족스러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둘이 와서 또 따로 시간을 보내는 건 싫었던거지. 


체크아웃을 하고 메트로폴 파라솔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리 봐두었던 식당들이 모두 늦게 문을 열길래 급하게 찾아간 곳인데 새우 김치 감바스, 해물 리조또, 상그리아 모두 맛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자라 매장에 가서 쇼핑을 하고, 호텔에 맡긴 짐을 찾아서 택시를 타고 세비야 기차역에 갔다. 맥도날드에서 처음 보는 햄버거 세트를 맛있게 먹고, 다시 IRYO를 타고 여섯 시간을 지나 늦은 시각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에스파냐 광장 근처 옥시덴탈 바르셀로나 1929 호텔로 이동했다. 다음날 일찍 체크아웃을 해야 했기에 서둘러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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