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 무지개떡처럼

유연하고단단하게 2023. 12. 2. 16:49

 
엄마는 후회를 정말 많이 한다. 틈만 나면 후회를 한다. 젊은 시절의 잘못된 선택과 결혼, 그 이후의 달라진 삶과 노년으로 접어든 지금의 삶을 모두 다 후회한다. 어찌나 후회가 깊고 자세한지 엄마의 말을 듣다보면 엄마를 환생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태어나서 엄마가 원하는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론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후회화며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열심히  그것을 하고, 후회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살아보면 안다. 후회가 자꾸만 고개를 쳐드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때마다 나는 상황을 완벽히 통제해보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렇게 하지 마. 그러면 잘못되잖아. 이렇게 해야 돼.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다. 새옹지마라는 단어가 정말 무서운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된 지금은 어떤 일이 무엇을 이끌고 올 지 인간은 절대로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부질 없는 짓이다.
후회해도 된다.
엄마처럼 아주 많이 후회해도 된다. 완벽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책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까진. 그걸 깨닫고 나면 후회가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니다. 완벽한 삶이란 원래부터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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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에세이, <무지개떡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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