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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티라미수를 먹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근처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티라미수를 시켰다. 자전거가 있어 야외 좌석에 앉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티라미수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한국에서 흔하게 팔지 않았다.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디저트는 사발만 한 대접에 커다란 빙수를 나눠 먹는 ‘아이스베리’였다. 숟가락을 들어 티라미수를 떠먹으니 참으로 맛이 좋았다. 땀을 너무 흘린 상태에서 당분을 섭취했기 때문인지, 그 집의 티라미수가 특별히 맛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나는 이탈리아에 와서 티라미수를 먹고 있다. 바람 빠진 자전거를 곁에 세워둔 채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때 카페 주인이 다가와 싱글싱글 웃으며 뭐라 뭐라 말했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여전히 못 알아들으니 자전거를 가리키며 손으로 바퀴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근처 주유소에서 바람을 넣어주니 그곳으로 가보라는 얘기였다. 덕분에 자전거에 바람을 넣고,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밤새 몸살과 햇볕에 타 따끔거리는 피부 때문에 편히 잠들진 못했지만.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올린다’는 말로, 의역하자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그때는 어원 같은 것은 몰랐으나, 그때의 티라미수는 여러 의미로 나를 구원해주었다. 솔직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미사보다도 더 감동적인 맛이었다.
김보통,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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