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토너

유연하고단단하게 2021. 1. 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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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는 1891년에 미주리 주 중부 분빌 마을 근처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미주리 대학이 있는 컬럼비아에서 약 40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그가 태어났을 떄 그의 부모는 젊은 나이였지만(아버지는 스물다섯살, 어머니는 겨우 스무 살), 어렸을 때부터 그에게 부모는 항상 늙은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서른 살 때 이미 쉰 살처럼 보였다. 노동으로 인해 몸이 구부정해진 아버지는 아무 희망 없는 눈으로 식구들을 근근이 먹여 살리는 척박한 땅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어머니는 삶을 인내했다. 마치 생애 전체가 반드시 참아내야 하는 긴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다. 여섯 살 때는 앙상하게 마른 암소들의 젖을 짜고, 집에서 몇 야드 떨어진 우리로 가서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껑충한 닭들이 낳은 작은 달걀을 가져오는 일을 맡았다. 집에서 8마일 떨어진 시골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그의 하루는 새벽부터 밤까지 이런저런 일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런 일들의 무게 때문에 그는 열일곱 살 때 이미 어깨가 구부정해지기 시작했다.

자식이라고는 윌리엄밖에 없어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에서 식구들을 묶어주는 것은 힘겨운 농사일 뿐이었다. 저녁이 되면 세 식구는 등유 램프 한 개로 불을 밝힌 작은 부엌에 앉아 노란색 불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대략 한 시간 동안 들리는 소리라고는 대개 등받이가 높고 딱딱한 의자에서 식구 중 누군가가 지친 듯 몸을 움직이는 소리, 낡은 집 어딘가에서 목재가 작게 삐걱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집은 대략 정사각형 모양이었으며, 칠을 하지 않아 맨살이 드러난 포치와 출입문 주위의 목재들은 축 늘어져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집은 마른 땅의 색깔을 닮아갔다. 그래서 회색과 갈색 바탕에 하얀색 줄무늬가 있는 것 같은 모양이 되었다. 집 안 한 편에는 길게 자리 잡은 거실과 부엌이 있었는데, 거실의 가구라고는 딱딱한 의자들과 나무토막을 잘라서 만든 탁자 몇 개가 전부였고, 식구들은 함께하는 얼마 안 되는 시간 중 대부분을 부엌에서 보냈다. 그 맞은편에 있는 두 침실에는 각각 하얗게 색칠한 철제 침대, 딱딱한 의자 하나, 램프와 세수 대야가 놓여 있는 탁자 하나가 있었다. 칠을 하지 않은 바닥 널은 간격이 고르지 않았고, 낡아서 갈라진 틈새로 끊임없이 먼지가 새어들어왔기 때문에 매일 스토너의 어머니가 비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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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머니를 아버지와 나란히 묻어주었다. 예배가 끝나고 몇 명 되지 않는 조문객들도 돌아간 뒤, 그는 11월의 차가운 바람 속에 혼자 서서 두 개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아직 열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봉분 위에 가느다란 솜털 같은 잔디가 덮여 있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이 황량하고, 나무 하나 없는 작은 땅으로 시선을 돌려 평평한 땅 너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태어난 집,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생을 보낸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는 해마다 땅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했다. 땅은 옛날과 다름없었다. 아니, 그 때보다 조금 더 척박해지고, 소출도 조금 더 인색해진 것 같았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즐거움이 없는 노동에 평생을 바쳤다. 그들의 의지는 꺾이고, 머리는 멍해졌다. 이제 두 분은 평생을 바친 땅 속에 누워있었다. 땅은 앞으로 서서히 두 분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다. 습기와 부패의 기운이 두 분의 시신이 담긴 소나무 상자를 서서히 침범해서 두 분의 몸을 건드리다가, 마침내 두 분의 마지막 흔적까지 모조리 먹어치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분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을 바쳤던 이 고집스러운 땅의 무의미한 일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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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 중에서

 

때로는 부글거리는 열정이 아닌, 한없이 관조적이고 무감한 자세와 야윈 욕망으로 삶을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런 삶이 더 위대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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