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현대아울렛에 새로 가기 시작한 미용실이 있는데 오늘 홀린 듯이 커트 3회권을 8만원에 결제해 버렸다. 내가 정말 커트를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던가? 오히려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기 위해 드문드문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돌아서면서 아차 싶었지만, 다시 가서 결제를 취소해달라고 하기가 머쓱하기도 하고, 요즘은 어딘가에 용기를 내거나 합리적 사고를 할 에너지도 없어서 그냥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싶은 심정으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마침 근처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어서 위로를 얻고 싶은 심정으로 (심지어 돈을 더 쓰는 방식이긴 하지만) 10분 남짓 방산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카페에 도착해서 리코타무화과바게트와 카푸치노를 샀다. 디저트는 실험적인 (즉 프로답지 못한) 맛이었고 카푸치노도 어쩐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노트북을 켰지만 헤드헌터가 보내주기로 한 면접 자료는 아직 메일함에 도착하지 않았다. 직접 인터넷으로 기업 관련 최근 뉴스와 주요 이슈를 서칭해 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이직 제안을 받은 회사와 업무에 대한 열정이 솟아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햇빛이나 좀 더 쐬고 예쁜 옷이나 사고 싶다는 마음에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아 카페를 빠져나왔다.
을지로의 갤러리들 3군데를 방문했는데 2곳은 문을 닫아서 쉬프트만 둘러 보는 데 성공했다. 어지러운 골목과 용접하는 사람들 시장 속의 소음과 때 묻고 으슥한 좁은 빌딩들 사이를 누비며 보물 찾기 하는 기분으로. 고되지만 신선하고 재미있었다(하지만 다시 방문할 의사는 없음). 눈스퀘어 자라와 H&M과 에이랜드에는 영 살만한 것이 없었고 인디브랜드는 매장을 철수하고 있었다. 이로서 앞으로 명동은 더더욱 갈 일이 없게 되었다. 아크앤북에 가서 책 (표지) 구경을 하고 태극당에서 커피와 빵을 사먹을까 조금 고민하다가 더 이상 돈 쓰지 말자는 생각으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쓰는 오늘의 일기
오늘의 교훈 : 돈을 쓰면서 싸한 기분이 들 때는 용기가 좀 필요하더라도 결제 취소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