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1129 코로나 시대에 이직을 준비하는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유연하고단단하게 2020. 11. 29. 20:45


아빠가 시장에서 떡을 사왔다. 다이어트 중이니 안 먹겠다고, 괜히 사온 거라고 투박을 놓았다. 그러고서는 채 십분도 되지 않아 아빠가 냉장고에 넣어둔 떡을 꺼내 먹었다. 인절미는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한 접시를 다 먹고 노트북을 꺼내 이직 면접 피피티를 만들면서 초콜릿을 한 두 봉지 더까 먹었다. 금세 천 칼로리를 뱃속에 집어넣은 셈이었다.
글씨체를 바꾸고, 글상자 색깔을 입혔다 지웠다 하고, 그런 식으로 깨작깨작 작업을 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창문 바깥이 어두워졌다. 냉동실에서 남은 떡 한 접시를 더 꺼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데웠다. 몇 번 안 집어 먹은 것 같은데 접시가 순식간에 다 비워졌다. 더부룩해진 속을 가라앉히려 모자를 쓰고 패딩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올리브영에 가서 간식을 만 원어치 샀다. 요새는 내가 돈을 쓰기 위해 돈을 버는 건지,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쩐지 후자에 가까워진 기분이다. 모바일 도서관 어플로 디스유토피아적인 단편 소설집을 읽으며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오늘 하루가 한 뭉텅이 Ctrl+X 로 지워져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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