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빠가 나를 자꾸 좋아해 그래서 내가 너무 힘들다 라고 이야기하는 여자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5월의 마지막주 일요일 아침이었다. 7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고 남자애는 무료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질투인지 무관심인지 그건 분명하지 않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캐치할 수 있었던 건 무료함의 표정이었다.
나는 그 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더 슬퍼졌다. 오늘은 새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났다.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는데도 창문을 열어놓은 바람에 일찍 일어나 버렸다. 여러가지 안 좋은 사건들이 조각조각 이어져서 나를 힘들고 우울한 기분에 휩싸이게 했다. 토요일인데 일요일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나는 우울하다.
여자애의 이야기가 나를 슬프게 한 건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시대를, 추억들을 흘려보냈다는 것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흘러간 것을 생각하고 거기에 집착하게 되면 슬픔에 빠지게 된다.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토요일 오전인데도 말이다, 아직 채 9시가 되지 않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