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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각적 관점을 엿본다는 것은 대단히 진기한 경험이다. 인스타그램의 열아홉 번째 사용자이자 해시태그를 창안했던 기술자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의 말에 따르면 이는 마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처음 봤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현상을 만든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노르웨이에서 순록을 키우는 목동이나 남아프리카에서 바구니를 짜는 사람의 일상으로 곧장 뛰어들 수 있다. 자신의 삶도 남들과 공유하고 되짚어보면, 평범한 일상도 좀 더 심오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메시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엿보게 해주어 세상과 그 세상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꿔놓는다. 인스타그램은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며, 우리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각자의 경험을 그곳에 기꺼이 투영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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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도 두 창업자는 이러한 발견의 특별한 느낌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들은 한 시대의 미학적 유행을 이끌었고 ‘좋아요’와 팔로워라는 보상을 위해 시각적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친구나 낯선 사람과 공유하도록 세뇌시켰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다양한 시각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 편집 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들은 알림을 무차별적으로 보내거나 이메일을 전송하는 페이스북 식의 스팸 전략을 피했다. 또한 인플루언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한 도구를 그들의 앱에 추가하는 데 반대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하이퍼링크를 추가할 수 없고, 페이스북처럼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공유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인스타그램은 연관성을 높일 수 있는 측정법에 어떤 변화도 주지 않았다. 사용자들에게 ‘팔로워’ 수와 ‘팔로잉’ 수 그리고 사진에 대한 ‘좋아요’의 세 가지 수치만 제공한다. 이처럼 간단한 피드백 점수만으로도 짜릿하고 심지어 중독성이 강한 경험을 만드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좋아요’와 팔로워 수가 늘어날 때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약간의 만족감이라는 보상을 받아 두뇌에 도파민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지자 인스타그램은 그들의 사회적 위상과 심지어 상업적 잠재력에 대한 속박을 해제시켰다.
인스타그램은 ‘필터’라는 도구를 통해 평범했던 모바일 사진의 질을 한층 높였다. 사용자들은 점차 이 앱을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장소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는 모든 것이 보기 좋게 편집됐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실제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스타그램 커뮤니티에서는 대상을 민낯 그대로 올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NoFilter’라는 해시태그까지 고안해 내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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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프라이어, <노 필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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