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여행을 오는 길 KTX에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었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잡다한 심리학 이론들을 사례와 함께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오래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라!고 장려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 하자!는 결정 하에 움직였다. 멀리 떨어진 가고 싶었던 카페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으나 자리가 없었고,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10분 내외 거리로는 콜이 잡히지 않아 결국 30분이 떨어진데다 시외 할증까지 붙는 삼척까지 가는 조건으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삼척 해변은 충분히 멋있었다.
다시 숙소로 건너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오른쪽으로 빼꼼히 해변이 보였다. 길에 눈이 많이 쌓여 걷기가 험난했지만 해변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험한 길을 감수한 덕분에 아래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수집할 수 있었다. 핑크빛으로 물든 노을진 하늘 아래에 새파랗고 깊은 바다가 평평하게 펼쳐지고 새하얀 눈이 울타리처럼 쌓인 풍경.
물론 할까 말까 망설일 때 하자!고 내린 모든 결정이 모든 면에서 우월했던 것은 아니다. 저 풍경을 사진으로 담느라 힘이 빠진 탓에 건너편 식당을 아무 데나 골라가서 아주 맛없는 돼지국밥을 먹어야했고, 시간이 너무 늦어서 미리 봐두었던 엔틱하고 멋진 카페에 미처 가지 못했다. 만석인 카페에서 삼척까지 그리고 다시 동해 숙소까지 이동하느라 택시비는 삼만원 가까이 날려야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저지르고 얻는 후회에는 그나마 교훈과 배움이 있지만, 저지르지 않음으로써 갖게 되는 후회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