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X세대 엄마, 변화하는 엄마

유연하고단단하게 2020. 11. 27. 14:18



엄마가 변했다. 잘 키운 아들딸 사진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이름 모를 화초 하나가 프로필 사진을 떡 하니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계모임 장소는 계절밥상이 아니라 자주(JAJU) 테이블이 되었고, 정식 개장한 지 반년도 안 된 서울식물원을 20대 딸보다 먼저 알고 가보자 한다. 주말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유튜브를 켜고, TV로 홈쇼핑을 보지만 주문은 앱으로 하는 그녀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40~50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경제인구의 중심이자 소비의 큰손이다. ‘엄마 찬스’의 ‘엄마’를 맡고 있는 그녀들은 결혼한 자녀에게도 기꺼이 본인의 카드를 내어준다.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밀레니얼이라면, 반대로 40~50대는 자식보다 돈이 많은 첫 중년세대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은 홈쇼핑에서 열심히 물건을 설명하는 쇼호스트의 말에 귀 기울여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수량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에 못 이기는 척 구매 버튼을 누를 만큼의 경제적 여유도 있다. 가족을 위해 소비하던 그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는 말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12년까지만 해도 40대 이상 회원 고객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6.8%에 불과했지만 2018년 상반기에는 20.7%를 기록했다. 주요 구매품목도 비타민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 네일 스티커나 색조화장품으로 확장되었다 ( CJ올리브네트웍스 매출보고서, 2018).  

물론 소비시장에서 중년의 구매력이 떠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이른바 ‘영포티(Young Forty)’가 있다. 말 그대로 기존의 40대와 달리 젊은 감각으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40대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막상 포털에 영포티를 검색해보면 ‘남성’의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40대 이상의 구매력 있는 중년남성에 주목하여 이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은 많지만 같은 나이대의 여성 소비자층을 지칭하는 뚜렷한 용어나 마케팅은 없다. 그러나 본인이 쓸 아이크림 하나 사면서도 남편의 여름 셔츠를 고민하고, 타지에서 자취하는 딸을 위해 에어프라이어를 보내주는 사람은 결국 엄마 아니던가. 가족 구성원 중에서 실질적으로 돈을 가장 많이 쓰고 관리도 직접 하지만, 정작 마케팅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는 40~50대 여성들. 소비의 주체이나 실체 없는 그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현재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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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를 위한 시사점  

그녀들의 변화를 응원하라
4050여성들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하느라 소홀히 했던 자신을 챙기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한 그들에게 구태여 엄마의 역할을 요구하지 말라. 가사일이라는 오래된 의무를 줄여주고, 새로운 도전을 적극적으로 응원하자.  

그들이 간직해온 로망에 부응하라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코스가 아닌 4050의 취향을 반영한 자유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드시 혼자 떠나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비슷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일 수 있는 ‘취향 중심’의 소규모 테마여행을 기획하는 것은 어떤가? 중요한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그들의 오랜 로망을 실현해줄 수 있는 한 번의 경험이다.  

딸을 타깃팅하고, 엄마의 지갑을 열어라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 모녀가 함께하는 장면이 늘어날 것이며, 강한 유대로 얽힌 이들의 관계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모녀여행, 모녀 데이트, 모녀 스냅 등 어떤 ‘모녀 ○○’ 장면에 우리의 서비스가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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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트렌드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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