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5월의 해안선

유연하고단단하게 2020. 8. 3. 20:54


친구로부터 온 한 통의 편지, 결혼식 초대장이 나를 예전의 거리로 끌어당겼다.
나는 이틀의 휴가를 내고 호텔 방을 예약한다. 뭐랄까, 몸의 절반쯤이 투명해져버린 듯한 이상한 기분이다.
맑게 갠 5월의 아침, 나는 서류 가방에 소지품을 챙겨넣고 신칸센에 올라탄다. 창가의 좌석에 앉아 책을 펼쳤다가 다시 덮고 캔맥주를 비우고, 아주 잠깐 잠들었다가 포기하고 바깥의 풍경을 바라본다.
신칸센의 차창에 비치는 풍경은 언제나 똑같다. 그것은 억지로 절개되어 맥락도 없이 일직선으로 늘어선 메마른 풍경이다. 마치 날림으로 지은 집 벽에 장식된 액자 속의 그림처럼 그런 풍경은 나를 지겨운 기분이 들게 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5월의 해안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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