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집중하던 일 년이 지나고 약간 한숨을 돌릴 때쯤, 이번에는 수필 같은 것을 써보고 싶다는 기분이 강해졌다. 그래서 고단샤의 《책》이라는 작은 잡지에 매달 연재를 하게 되었다. 한 회분의 원고량은 사백 자 원고지 스물 한장에서 스물 두 장 정도로, 그때까지 내가 쓴 연재 수필 중에서 가장 많은 매수였다. 그렇지만 연재를 계속하는 일 년 반 동안 길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작가라는 사람은, 많든 적든 모두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글을 써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하는 인간이다. 문자로 바꾸고 나서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쪽이 편할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는 매달 그 정도 분량의 매수가 있는 쪽이 넓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미국에 오고 나서 일 년 정도 사이에 차분하게 글자로 써놓고 생각해야 할 일들이 그만큼 쌓여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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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이윽고 슬픈 외국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