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강박장애(과식이나 도박이나 성행위에 몰두하는 것)는 약물 중독과 아주 비슷하다. 중독은 특정한 보상에 대한 과장된 반응이므로, 중독성 물질에 활성을 띠는 뇌 영역들은 음식, 돈, 섹스에도 활성을 띌 가능성이 높다. 약물중독자와 비만인 사람의 뇌 영상을 비교하면 뇌에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드러난다. 중독자가 약물 투여를 계속하면 보상 체계의 일부 영역들에서(쾌감의 조건 형성이 이루어짐으로써) 활성이 줄어드는 것처럼, 비만인 사람도 음식을 먹는 동안 쾌감이 줄어든다. 비만인 사람의 보상 체계는 도파민에 덜 반응하고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
오리건연구소의 카일 버거와 에릭 스타이스는 청소년들의 섭식 습관을 조사한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그들은 먼저 체중이 서로 다른 청소년 151명에게 섭식습관과 음식에 대한 욕구를 파악했다. 그 뒤에 밀크셰이크 사진을 보여주고, 이어서 진짜 밀크셰이크를 몇 모금 마시게 하면서 뇌 영상을 찍었다. 그렇게 얻은 보상 체계의 활성을 섭식 습관에 대한 질문에 답한 내용과 비교했다.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먹는다고 답한 청소년들이 밀크셰이크를 마실 때 보상 체계가 가장 덜 활성화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실제로 단 것을 먹으면서 얻는 쾌감이 줄어든 것을 보상하기 위해 그들이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들은 약물에 중독된 사람의 행동과 똑같이, 동등한 보상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양(그리고 추가 열량)을 먹어야 했다. 이 발견은 비만이 탐식이나 탐닉 때문이 아니라, 뇌의 보상 체계에 일어난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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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캔델, <마음의 오류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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