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싶다면 먼저 책상부터 마련하라
아침에 기상 후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로 세면대로 가는 사람 A가 있는가 하면, 침대를 차마 벗어나지 못하고 뭉그적대다 그러고도 일어서지 못하고 침대에 엉덩이를 걸친 채 멍을 때리다 겨우 세면대로 가는 사람 B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스타일이라는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두 유형의 사람을 가정해 보면 이들의 행동 양식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별개로) 두 사람의 방을 채우는 사물이 달라질 수 있다. A는 침대 옆 러그의 필요성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B는 늘 그렇듯 침대에 걸터앉아 멍 때리던 어느 겨울 아침에 생각할 것이다. '아, 발 시려.' 그러고는 아마 출근길에 '침대 러그'를 검색할 수도 있을 테다.
아주 단순화한 예지만, 어쨌든 이들의 침대 옆을 채울 물건이 다를 것을 짐작해 보면 무심히 하는 행동 하나, 사소한 습관 하나로 내 주변의 환경이 이미 달라졌거나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하는 풍경을 구현하기 위해 내 행동 양식을 수정할 수도 있고, 내 행동 양식을 수정해서 원하는 풍경을 실현할 수도 있다. 지금 주위를 한번 둘러보시길. 혹시 내 습관의 결과로 만들어진 풍경이 있는가? 있다면 내가 선호하는 풍경인가?
'저런 러그가 언제부터 침대 옆에 있는 거지?' 문득 생소한 풍경에 하는 생각이다. 나는 휑한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다. 다시 선택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기상 후 행동 습관을 바꾸는 수고를 하더라도 저 러그가 없는 풍경이다.
- 김은경, <습관의 말들> 중에서